교황, 쌀쌀한 날씨 속 홀로 로마 성모상에 헌화·기도(종합)

작년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대중 예식 취소
삼종기도서 "이주민 고통 외면하지 말아달라" 호소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현지시간) 홀로 이탈리아 로마의 성모상을 찾았다. 교황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이날 오전 6시 15분께 전용 차량으로 로마 관광명소 스페인 계단 인근에 있는 성모상을 찾아 전구를 청했다.

교황은 찬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 속에 12m 높이의 성모상 원주 기단에 흰장미 바구니를 바치고 기도하면서 약 10분간 머물렀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교황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는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기를 간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주민·난민 이슈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매년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12월 8일 오후 시민과 신자 수천 명이 운집한 가운데 로마 성모상 앞에서 대중 예식을 거행해왔다.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1876∼1958) 재위 때인 1953년 시작된 행사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중 예식을 취소하고 홀로 약식으로 이를 진행했다.

이른 아침 예고 없이 성모상을 찾은 것은 사람들 운집에 따른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올해는 작년의 전례에 비춰 교황의 단독 방문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널리 퍼져 있던 터라 교황을 보고자 일찍부터 현장에서 대기한 신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성모상에 이어 성모 마리아에 봉헌된 최초의 성당으로 알려진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찾아 기도 예식을 했다.

또 정오에는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을 굽어보는 사도궁 집무실 창을 열고 대축일 삼종기도를 집례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교황은 삼종기도 훈화에서 이달 초 그리스 레스보스섬과 키프로스에서 만난 이주민들을 회상하며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호소했다.

교황은 2∼6일 동방정교회 국가인 키프로스·그리스를 순방하고 돌아왔다. 당시 교황은 이들의 고통에 눈감는 행태를 "문명의 난파"(shipwreck of civilisation)라고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