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W, 오딘 제쳤다…엔씨 '게임 명가' 부활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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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월매출 2000억원대…전체 앱 매출 34.4%엔씨소프트가 지난달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로 앱마켓 3사 통합 게임 매출 순위 1위에 등극했다. 올해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라이징'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던 엔씨는 기세를 몰아 해외 진출에 더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리니지W 추격에 카카오게임즈 오딘 2위로 내려가
유저들과 소통하며 과금 모델 축소한 것 주효
내년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 본격 진출
엔씨 자존심 세워준 '리니지W'
9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리니지W는 그동안 4개월 연속 1위를 달리던 오딘을 제치고 지난달 게임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지난달 4일 출시된 리니지W는 엔씨의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 대만, 일본 등 12개국에 글로벌 출시됐다. 리니지W의 흥행으로 오딘은 2위로 내려앉았다. 엔씨 '리니지M'과 '리니지2M', 넥슨 '블루아카이브' 순으로 뒤를 이었다.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 합산 앱 퍼블리셔 매출 1위 역시 엔씨였다. 지난달 엔씨의 한 달간 매출 추정치는 2000억원대. 전체 앱 매출의 34.4%를 차지했다. 이어 △카카오게임즈 500억원 △넥슨 300억원 △넷마블이 300억원 △37모바일게임즈가 1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과도한 과금 유도 등 비판을 받았던 엔씨는 연말 리니지W 흥행 돌풍으로 위안을 삼는 분위기다.리니지W는 엔씨가 지난 4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임이다. 리니지 원작으로부터 150년 후 이야기를 담았고 풀 3D 기반 쿼터뷰(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보는 시점), 글로벌 원빌드(하나의 게임 버전에서 다양한 국가 언어를 지원하는 방식), 멀티 플랫폼(모바일, PC, 콘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이용자들을 위한 실시간 인공지능(AI) 번역 기능도 구현했다. 김택진 대표는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하는 심정으로 24년간 쌓은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엔씨는 리니지W를 내놓으면서 과금 논란에 대한 개선도 대폭 수용했다.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은 리니지W의 서비스 방향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리니지W는 캐릭터 성장, 사냥, 전투 등 리니지 고유의 게임성을 보다 대중적으로 구현한 게임"이라며 "배틀 커뮤니티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기획했기 때문에 과금 모델은 대폭 축소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리니지W에는 게임 내 피로도 시스템으로 꼽혔던 '아인하사드의 축복'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게임 내에서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률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으로, 그동안 과금을 과하게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다른 과금으로 이어지는 '변신과 마법인형' 시스템도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그룹장은 "출시 시점뿐 아니라 서비스 종료 때까지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물론 비슷한 시스템도 도입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업계에선 게임 이용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과금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으면서 리니지W가 반전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리니지W, 내년 북미·유럽·남미 진출
해외 반응도 고무적이다. 주요 앱마켓에 따르면 리니지W는 한국, 대만, 홍콩에서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유지 중이다. 출시 한 달을 넘겼지만 여전히 접속 대기열이 발생하는 상황. 순위 변동이 잦은 대만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선 구글플레이 매출 20위권을 유지 중이다. 한국 게임의 무덤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현재 리니지W 내에선 한국과 대만 간 국가대항전 성격의 전투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중이다. 보스 레이드(단체전투)를 두고 국가 경쟁 구도가 형성돼 몰입도가 높다는 후기가 쏟아진다. 대만 이용자와의 전투는 여러 방송진행자(BJ)들의 주된 방송 소재로 쓰일 정도. 엔씨도 각 서버의 전쟁 구도를 중계하는 등 국가 대항전 재미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아시아권에서 호실적을 기록 중인 리니지W는 내년 북미·유럽·남미 등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글로벌 매출 다변화가 필수인 엔씨가 콘솔과 PC패키지에 익숙한 서구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낸다면 리니지 IP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씨, 리니지W로 4분기 매출 증가 예상
증권가도 엔씨의 올 4분기 실적이 준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는 출시 초기 한 주간 일평균 매출 120억원을 기록했으며 최근에도 동시접속자 수와 트래픽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기존 과거 게임과는 다른 패턴으로, 매출 하향 속도도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고 108개로 시작한 서버 수도 최근 180대까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이어 "최근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상위권 5위 내에 엔씨 게임이 4개를 차지할 정도로 기존 라이브 게임의 이익 기반까지 안정적"이라며 "지난 8월 출시된 '블레이드&소울2'의 흥행 실패로 인한 매출 감소 우려는 충분히 반영됐고, 오히려 엔씨의 역대 게임 중 최고 수준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리니지W의 성과로 인한 실적 상향 요인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리니지W가 서비스 시작 후 9일간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외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는 중"이라며 "내년 북미, 유럽 서비스가 시작되면 더욱 본격적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업계 관계자는 "엔씨의 악재는 거의 털어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올해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리니지W 흥행이 내년 엔씨의 게임 명가 재건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오징어게임, 방탄소년단(BTS)으로 글로벌 시장에 K-콘텐츠 반응이 좋아 내년 리니지W의 북미, 남미, 유럽 진출 타이밍도 좋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