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결 없는 대선?…"공약보고 후보 지지" 12.1%뿐 [임도원의 BH인사이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감염병 대응 정책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들의 비율이 10%대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민들이 실제로 공약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후보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공약을 내지 못해서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가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지 후보를 선택하거나 호감을 느끼는 이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2.1%만이 '대선 공약'을 지지 이유로 꼽았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30.9%는 '업무 능력'이 30.9%로 가장 높았고 '인물 됨됨이' 20.5%, '상대 후보가 싫어서' 19%, '소속 정당' 12.8% 등 순이었습니다. '모름'(4.7%) 응답을 제외하면 대선 공약을 보고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가장 낮은 결과였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3%였습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9일 오후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 손경식 경총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아직 본격적인 공약 대결을 펼치고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윤 후보는 아직 1호 공약도 정식으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6일 라디오에서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을 어떻게 소생시킬 수 있느냐가 1호 공약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 정도입니다.

이 후보는 연일 각종 공약과 관련해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혼란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채널A 인터뷰에서는 공약으로 내건 국토보유세 신설과 관련해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 증세는 국민들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후보 간 공약이 차별화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9일 SNS에 "정책마저 차별없는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비슷해 진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수 있겠나"라고 적었습니다. 홍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차별없는 퍼주기 대선정책을 채택 한다면 국민들의 선택은 더욱더 모호해 질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코로나 피해 100조원 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과 관련한 발언이었습니다.

주요 이슈인 부동산과 관련한 공약에 대해서도 이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두 후보 모두 임기 내 250만호 공급을 내세우고 있어 똑같기까지 합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후보 부동산 공약은 기본주택 등과 관련해 비현실성 문제가 두드러지고, 윤 후보 공약은 전통적인 주택 정책 방향을 따르면서 획기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과연 앞으로 두 후보가 남은 선거기간 동안 치열한 정책 경쟁을 펼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약으로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후보 공약을 보고 찍겠다는 유권자들이 '상대 후보가 싫어서' 찍겠다는 유권자들 보다는 많아져야 그나마 선거다운 선거라고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