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도 자도 피곤할까…답은 '수면 블랙박스'에 있다

Cover Story

수면다원검사 직접 받아보니

기계장치와 센서 통해
뇌파·호흡·수면 자세 기록

코골이·좁은 기도·사지 떨림
깊은 잠 못 자는 원인 찾아내

무호흡증은 10세 전에 결정
기도 넓히는 양압기 치료 효과적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2년여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어렵게 잠에 들어도 두세 번씩 깨기 일쑤였다. 일어나면 항상 피곤했다. 그럼에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불면증 정도는 다 겪는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잠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것은 얼마 전이었다. 예전보다 몸이 찌뿌둥했고 더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고민 끝에 인터넷에서 불면증 진단 자가 체크를 해봤다. 15점 이상이면 전문가 진단이 필요하다는데 내 점수는 18점이었다. ‘이거 안 되겠다.’ 지체 없이 서울 논현동의 수면 전문병원으로 달려갔다.

수면장애도 질병, 의료보험 적용 대상

지난달 25일 찾아간 서울수면센터(서울스페셜수면의원)의 한진규 원장은 혀를 앞으로 쭉 내밀게 한 뒤 입속을 한참 보고는 내 불면증이 좋은 수면 조건 조성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중증임을 예견했다. “3자 모양의 기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요. 병원에서 하룻밤 자며 전반적인 수면 상태를 체크하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합니다.”
그가 말한 수면다원검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뇌파와 턱 근전도 등을 통해 렘수면(얕은 수면, 꿈 수면)과 비렘수면(수면 1·2단계, 깊은 수면)의 길이를 파악하는 수면 구조 검사, 호흡 수와 호흡량, 혈중 산소농도 등을 측정하는 수면 호흡 검사, 다리 근육의 불규칙한 떨림과 자세 변화를 확인하는 수면 중 움직임 검사다. 이 검사들로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이갈이, 불면증, 하지불안 증후군, 기면증, 렘수면 행동장애 등 다양한 수면장애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원래는 60만원 정도 검사비가 들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돼 전체 비용의 20%인 약 12만원에 검사 예약했다.

사흘 뒤인 28일 오후 8시30분 병원에 도착했다. 밤새 내 수면 상태를 체크할 수면실은 침대와 테이블, 샤워 부스가 달린 화장실로 이뤄져 있었다. 작은 호텔 방 같았다. 천장 한쪽엔 밤새 자는 모습을 촬영할 적외선 카메라도 보였다. 수면기사가 들어와 가슴, 허리, 목 둘레를 잰 뒤 곧바로 코와 가슴 윗부분, 배, 종아리, 머리 등에 센서를 붙였다. 10시 정각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좀처럼 오지 않았다. 1시간여를 뒤척이는 모습을 지켜본 수면기사가 결국 수면 유도제를 줬다. 약을 먹은 지 약 30분 뒤 거짓말처럼 눈이 감겼다. 새벽 5시30분이 되자 수면기사가 나를 깨웠다.

수면질환 4관왕, 결국 양압기 치료 처방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해 지난 3일 다시 병원을 찾았다. 한 원장은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 원장에 따르면 수면 무호흡증은 기도가 좁아져 자는 동안 산소가 뇌와 인체 각 기관에 원활히 들어가지 않아 발생한다. 몸으로 공급될 산소가 급격히 부족해지니 자연스레 뇌가 호흡을 살리고자 자꾸 잠을 깨워 깊게 자지 못한다는 것. 수면 무호흡증이 장기간 계속되면 체내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일어나면 몸이 피곤하고 향후 고혈압과 당뇨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대부분 유전적 요인 때문이라고 했다. “열 살 전에 수면 무호흡증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미리 검사하고 교정기를 끼면 바꿀 수 있지만 아직 많이들 몰라요.”

한 원장은 곧바로 ‘양압기 치료’를 처방했다. 양압기는 코에 일정한 압력으로 산소를 넣어 자는 동안 기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기도가 넓어지면 뇌로 들어가는 산소의 양이 많아져 더 깊게 잠을 잘 수 있다. 한 원장은 “단순히 무호흡만 없애는 게 아니라 수면 때 뇌파를 비롯한 심박동수, 산소포화도, 근육 이완 등이 정상 수치로 돌아와야 양압기 치료가 최종 완결된다”고 말했다.

사흘 후에 다시 병원에서 잠을 자며 내 기도에 맞는 양압기 압력을 측정했다. 양압기의 효과를 느낀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일어나자마자 몸이 개운했다. 매일 양압기를 낀 채 자야 한다는 생각에 착잡함을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다시 꿀잠을 잘 수 있다는 설렘이 머릿속을 교차했다.

글=은정진/사진=김병언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