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AI가 스스로 발명…특허권은 내 것인가, AI 것인가"

인공지능·발명자 컨퍼런스

이 해답 찾으려 7개국 특허청 집결
"빨리 기준 정해야 혼란 막아"

美 AI '다부스'의 발명품
韓·美·日·英선 등록 거절
호주·남아공, AI에 특허권 줘

"AI를 발명자로 기재하더라도
특허권은 사람이 가져야" 공감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가운데)이 8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7개국 특허청이 참여한 ‘인공지능과 발명자 국제컨퍼런스’ 웨비나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내가 만든 인공지능(AI)이 나도 모르게 어떤 제품을 발명했다면 이 제품 특허는 내 것일까 아니면 AI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7개국 특허청 관계자들이 최근 모였다. 특허청은 지난 8일 미국, 중국, 유럽, 영국, 호주, 캐나다 특허청과 함께 ‘인공지능과 발명자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최근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AI가 생성한 발명’ 특허를 어떻게 귀속할지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한국) 특허청이 주도해 마련했다.AI가 생성한 발명 논란은 2019년 9월 시작됐다. 미국 AI 기업 이매지네이션엔진스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테일러가 본인이 개발한 AI ‘다부스’가 2개의 발명을 스스로 해냈다며 이에 대한 국제 특허를 출원하면서다. 다부스는 ‘레고처럼 오목·볼록부가 반복된 프랙탈 구조를 가져 손에 쥐기 쉬운 식품용기’와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해 집중도를 높여주는 램프’ 두 가지를 발명했다. 테일러는 “다부스가 일반적인 발명 지식을 학습한 뒤 내가 전혀 모르게 독자적으로 창작했다”고 주장했다.

다부스 특허는 총 16개국에 출원됐다. 각국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발명자는 자연인으로 한정한다”며 등록을 거절했고, 이에 불복해 테일러 측이 낸 항소를 지난 9월 동시에 기각했다. 한국 특허청 역시 출원 무효 처분할 방침이며,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7월 말 다부스에 특허권을 전격 부여했다. 호주에서도 다부스를 발명자로 인정한다는 연방법원 판결이 8월 나왔다.

이 사건을 각국이 주목하는 이유는 AI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서다. (한국) 특허청 관계자는 “AI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뿐 아니라 반도체 배치 설계, 기계 부품 디자인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스스로 발명하는 단계는 아직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이 독자적 발명을 하는 ‘초AI’가 곧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선제적으로 논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날 행사에서 각국은 “AI를 발명자로 기재하는 것을 허용하더라도 특허권은 사람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경우 여러 가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권리 귀속 문제다. 이지형 성균관대 AI대학원 원장은 “AI 모델을 만드는 사람, 데이터 수집을 주도한 사람 등이 다르면 누가 권리를 가져야 하는지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AI에 특허권을 부여하면 ‘너드(한 분야에 깊이 몰두하는 사람)’가 많은 AI 개발자에게 상당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의견과 실익이 전혀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개발 주체인 AI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조정년 SK㈜ 법무담당 변리사, 황지현 네이버 법무팀 변리사, 홍근호 LG AI연구원 변리사 등은 “AI는 파라미터(매개변수)나 네트워크가 조금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AI가 되며,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같은 이름의 AI여도 서로 다른 AI”라는 분석을 내놨다.

호주 특허청 관계자는 “호주는 범정부적인 접근 방식으로 AI 정책을 마련하면서 디지털 경제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며 “각국이 AI의 사회,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책임있는 방식으로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김용래 특허청장은 “AI가 창작한 발명에 대해 현재 특허 제도에 보완할 점이 있는지, 향후 법 개정이 필요한지 그리고 법을 개정한다면 어떤 원칙에 입각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