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라디오, 기계는 사라져도 본질은 남는다

라디오 탐심

김형호 지음
틈새책방
304쪽│1만6500원
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엔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여러 나라에서 라디오 청취율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라디오는 위기에서도 빛을 발하는 매체다. 특히 자가격리 등 고립된 상황에서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재난 상황에 대비한 필수 품목에 휴대용 라디오 수신기가 들어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라디오 탐심》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라디오라는 물건과 방송이 지니는 의미를 되새긴다. MBC강원영동의 기자인 저자는 라디오의 탄생과 성장 과정 및 인간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두루 살펴본다.

라디오엔 인류가 걸어온 길이 담겨 있다. 독일 나치는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데 라디오를 이용했다. 영국 젊은이들은 BBC가 상업 방송을 허용하지 않자 공해에 배를 띄워 라디오 방송을 내보냈다. 이때 전파를 타고 흘러나온 로큰롤은 젊은이들의 새로운 해방구가 됐다.

하지만 라디오가 지닌 고유의 물성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요즘은 라디오가 그저 방송 콘텐츠로 존재한다. 작은 라디오를 놓고 주파수를 맞추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앱을 통해 라디오 방송을 들을 뿐이다.그런데도 라디오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야기와 음악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은 시간대별로 청취자에게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출근길에는 뉴스 정보와 활력을 주는 음악을, 오전 9시부턴 출근과 관계없는 사람들을 위해 여유로운 음악과 사연을 소개한다. 점심시간엔 활기찬 방송, 퇴근길에는 그날의 이슈를 정리한 시사 방송과 잔잔한 음악 방송으로 채운다. 늦은 밤의 라디오 방송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마련해 준다.

저자는 강조한다. “라디오는 라디오 방송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나 유효하다. 시대 흐름에 밀려 잠시 쉬고 있다고 해도 라디오는 다시 우리에게 말을 걸 준비가 돼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