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밥상물가…살림 갈수록 팍팍 [이슈플러스]

3분기 물가 역대급 기록
"안 오른 게 없다"
공급 병목·오미크론 변수



3분기 밥상물가가 일곱 분기 연속 상승하며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과 추석 연휴를 맞이해 농축산품 중심으로 가격이 뛰었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어떤지 제가 직접 장을 봐 보겠습니다.

3분기 가장 많이 올랐던 과일값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았습니다.

1년 전에 비해 사과 값은 1.1%, 배 값은 11.3% 낮은 반면 평년보다는 각각 43.3%, 4.4% 높은 수준입니다.

고기와 달걀 등 축산물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입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모두 지난해보다 14.9%, 24.2% 비쌌고, 평년 대비로는 21.6%, 41.5% 높은 가격에 거래 중입니다.

이 밖에 빵과 우유, 즉석밥 등을 포함해 소비지출 항목 중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로 분류된 품목 한 가지씩을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했습니다.

총 7만 5,920원이 나왔습니다.

202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월평균 식비 지출은 18만 1천 원.

그에 따르면 저는 이 음식으로 12.6일을 살아야 합니다.



하늘 모르고 오르는 밥상 물가. 얼마나 심각하고, 앞으로 전망은 어떤지 짚어봅니다.

산업부 생활경제팀 박승완 기자 나와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물가 인상, 어느 정도입니까?



네,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우리나라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지난해보다 5.0% 올랐습니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에는 과일이나 농축산물 외에도 곡물이나 각종 가공식품이 포함되는데, 식생활에 필수적인 품목이어서 통상 '밥상 물가'라 불리는데요.

값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절약하는 데 한계가 있고, 구매가 잦은 품목이어서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렇군요, 가계 소비지출 항목 중에서도 식비 지출이 가장 많은 비중(16.9%)을 차지하는 걸 보면 더욱 중요하겠습니다.

그렇다면, 5.0%란 수치는 높은 겁니까?



네, OECD 38개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위에는 터키(27.6%), 콜롬비아(11.2%), 호주(10.6%), 멕시코(8.0%) 등이 있는데요.

가뜩이나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와중에 국내 농축수산물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이 높은 상승률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례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터키를 제외하면 세계 4번째로 봐도 되겠군요.

이러한 고물가, 가장 큰 문제는 뭡니까?



장바구니 물가뿐 아니라 외식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주머니 사정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치킨, 제과제빵, 피자, 패스트푸드(햄버거) 등 주요 외식 업종 대부분이 가격을 올렸는데요.

치킨업계 1위인 교촌치킨이 지난 11월 가격을 올렸고요, 제빵업계 점유율 절반이 넘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올 한해 2번 값을 올린 롯데리아가 대표적입니다.



만들어 먹기도, 사 먹기도 어려운 상황이군요. 그런데 소상공인 가맹점주들도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무슨 일입니까?



교촌치킨은 가격 인상 배경으로 가맹점주들의 요구가 컸다고 설명했는데요.

치킨 한 마리 가격을 1만 8,000원으로 가정하면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각종 재료를 받는 조건으로 약 9,900원(판매가의 55%)을 냅니다.

부가가치세를 빼면 6,000원 초반대를 손에 쥐는 구조인데, 여기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배달앱에 내는 비용까지 따지면 사실상 남는 돈이 없다는 불만입니다.



오른 외식비가 가게 주인들한테 돌아가진 않고, 재료값이나 배달 앱 등으로 다 빠져나가고 있군요?



네, 결국 점주들도 소비자도 모두 불만인 상황입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입니다.

[정지연 /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기업들이 눈치를 보다가 누군가 다른 기업에서 인상을 하면 슬쩍 거기에 얹어서 인상을 하는 경우들이 있어서, 인상 요인 이외에 기업에서 절감할 수 있는 노력, 또 충분히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상 요인이 있을 때 가격에 반영이 돼야 소비자들의 가격 수용성이 생길 것이라 봅니다.]



장바구니 물가뿐 아니라 밥상 물가 전반이 위기군요. 정부 대책은 뭡니까?



네, 10년 만에 최고치라는 소비자물가 상승폭에 정부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습니다.

물가 안정에 정책역량을 총집중하겠다며, '물가 부처책임제'까지 들고 나선 건데요.

또 먹거리 지원 사업과 농축산물 가격 안정 등을 위해 총 2,189억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해, 내년 한해 390억 원 규모의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살포할 계획입니다.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거군요.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해상물류를 중심으로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 공급 병목 현상과 '오미크론' 변종 확산도 글로벌 교역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주원 현경연 연구원 인터뷰 들어보시죠.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내년 1분기 까지만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다음부터는 물가상승률 자체가 조금씩 낮아지는 안정화 국면으로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돼요. 겨울 대유행이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 같고요, 오미크론은 중증화율 등 연구결과가 확인이 돼야 물가상승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작황 부진이 이어지며 농산물 재고가 넉넉하지 않은 점도 발목을 잡습니다.

이 영향으로 3대 곡물로 불리는 밀, 옥수수, 콩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요.

선물 가격 기준으로 지난달 평균값이 밀 297달러, 옥수수 225달러, 콩 455달러였는데,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35.0%, 37.3%, 8.4% 올랐습니다.

이들 3대 품목을 80~90% 가까이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선 외부 요인에 물가가 휘둘릴 우려가 있는 데다, 최악의 경우 식량 안보 위기까지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수입의존도가 90%에 달한다면, 자급률이 한 자릿수란 뜻이겠군요. 대처가 필요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박승완기자 psw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