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총참모장 "우크라 침공설은 거짓…자국내 군대이동은 일상"

"우크라군이 오히려 군사활동 강화"…외무부도 비난 가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군사력 집결에 대해 침공 준비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이 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정세를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인테르팍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참모총장 격)은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주재 외국 무관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러시아 영토 내 군대 이동에 대해 지나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훈련을 위한 부대 이동은 모든 나라 군대의 관행적 일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국 내에서의 군사 활동을 (외국에) 통보할 필요는 없다"면서 "언론에 퍼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은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가 약 10만 명의 병력과 무기들을 우크라 접경에 배치하고,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게라시모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면서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에서 미국이 지원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고, 터키제 정찰·공격용 무인기(드론)도 이용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정세가 한층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돈바스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어떠한 도발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우크라이나 비난에 가세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돈바스) 지역 전선으로 대구경 대포와 장갑차를 배치하고 있으며, 무인기도 지속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이 같은 군사 활동 강화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휴전 감시단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자하로바는 이어 "최근 유럽연합(EU)도 우크라이나 군사화 과정에 가담했다"면서 "지난 2일 EU 이사회가 우크라이나 공군에 3천100만 유로 상당의 군사기술 지원을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원은 돈바스의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편 게라시모프 총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영국·호주가 지난 9월 창설한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가 아태지역 정세를 불안정하게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명백히 다른 국가를 겨냥하는 블록(동맹) 창설은 불안정 요소"라면서 오커스가 핵기술 확산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영·호주 3국은 지난 9월 오커스 창설을 선언하고, 호주에 대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지원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