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왜 지금 오르나…" 6000억 베팅한 개미들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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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12월 들어 주식 3.5조 매도…곱버스 6000억 매수악재가 산적한 가운데서도 한국 증시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코스피 하락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표 종목을 대거 사들이면서 참고 참다가 매도한 개미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코스피, 뉴욕증시 급락 와중에도 반등 성공
증권가는 아직 美통화정책·부채한도 리스크에 긴장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772억원 어치 현물주식과 코스피200 선물 4251계약을 팔았다. 한국 증시의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도량은 각각 1조6015억원과 4043억원에 이른다.이에 더해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그 폭의 두 배로 수익을 얻는 코덱스(KODEX) 200선물인버스를 6128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빠지는만큼 수익을 얻는 코덱스 인버스 매수 규모도 681억원이다.
외국인 매수에 코스피 3000선 안착
문제는 코스피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6.03% 올라 3010.23에 지난 10일 거래를 마쳤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었던 지난 9일에는 종가기준으로 3030선을 넘보기도 했다.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조1690억원 어치와 1조6282억원 어치의 현물 주식을 산 덕이었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도 3만1156계약을 사들였다. 12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었던 지난 9일을 앞두고서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기도 했지만, 외국인은 선물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고 다음 만기로 연장하는 롤오버에 나섰다.외국인은 개별 종목 중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앞서 반도체 업황이 둔화 사이클에 들어간다는 분석이 두 회사의 주가를 찍어 눌렀지만, 최근 들어서는 업황 반전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덕이었다.
코스피 지수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대거 사들인 개인은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이달 1~10일 개인의 코덱스200선물인버스2의 평균매수가는 2255원으로 10일 종가 2175원 대비 3.55% 낮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개인이 대거 매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하게 반등한 걸 감안하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7.85% 상승해 7만6900원을, SK하이닉스는 5.70% 올라 12만500원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오미크론에 통화당국의 매파 변신까지…악재만 보였는데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증시 분위기는 암울했다. 결과와 별개로 개인투자자들의 하락 베팅은 비합리적인 투기가 아니었다는 말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의 감염력이 기존에 가장 감염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됐던 델타 변이의 몇 배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경제활동이 다시 멈춰서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고조됐다.
이런 와중에서도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려 연 1.00%로 결정했다.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재지명된 뒤 매파(통화긴축론자)로 변신하더니,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공포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자산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내놓은 12월 월간전망 대부분에도 ▲각국 통화당국의 긴축 기조 ▲오미크론 변이 등장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딱히 빗나간 것도 아니었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뉴욕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달 30일에 1.86%가, 이달 1일에 1.34%가 각각 빠졌다.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기술주 중심으로 구성돼 한국 증시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나스닥 지수의 하락폭은 지난달 30일 1.55%, 이달 1일 1.83%로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가 나타난 뉴욕증시에 이어 개장한 한국 증시에서는 코스피가 장 초반에는 흔들리다가 시간이 지난수록 오르는 강한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들이 있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건 역시 오는 15~16일 개최되는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물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5~16일 개최되는 FOMC와 연계해 14일 발표가 예정된 미국의 생산자물가를 주목해야 한다”며 “생산자물가의 가파른 상승세와 조기 테이퍼링이 결합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각될 수 있다”고 말헀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높기 때문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쓰면 경기가 망가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시한이 다가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현재 미국 상원에서는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통해 공화당의 지지가 없어도 부채한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원에서 10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