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교육부, 뒤늦게 수시합격 발표일 이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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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정답보류' 대혼란…수시 일정 줄줄이 미뤄져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정답 결정 유예 판결로 학생·학부모·대학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가운데 교육부가 가까스로 입시 일정을 확정했다. 수시 합격자 발표를 당초 예정일(오는 16일)보다 이틀 미루고, 문제가 된 생명과학Ⅱ 응시자는 17일 열리는 ‘생명과학Ⅱ 오류 소송’ 1심 선고 당일부터 온라인으로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급한 불’은 꺼졌지만, 판결에 따라 이공계 상위권 학생의 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 혼란 요인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성적표 나온 날 가까스로 확정
정시모집은 원래 계획대로 진행
생명과학Ⅱ 점수 빈칸으로 배부
1심 판결 이르면 17일 나올 듯
응시자들 판결 당일 성적확인 가능
○생과Ⅱ 응시자, 결국 성적 확인 못 해
교육부는 전국 44만8138명의 2022학년도 수능 응시자에게 10일 성적표를 배부했다. 전날 예고된 대로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응시자 6515명은 해당 과목 성적이 빈칸으로 처리된 성적표를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지난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은 본안 소송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 등에는 지난 2일 소송이 제기된 뒤에도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다가 큰 혼란을 야기한 평가원을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생명과학Ⅱ 응시생은 수능 최저등급 충족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고3 학생 정모양(18)은 “확실한 문제 오류인데 인정하지 않고 혼란만 키운 교육부와 평가원이 너무 원망스럽다”며 “생명과학Ⅱ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재수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교육부, 급한 불 껐지만 혼란 불가피
파장이 커지자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날 하루 종일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이후 오후 늦게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 마감일을 16일에서 18일로 순연하고, 정시 전형 일정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교육부는 “법원 선고가 17일 오후 이뤄지면 선고 결과를 토대로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6515명에게 당일 오후 8시부터 온라인으로 성적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 등록 기간은 17~20일에서 18~21일로 순연됐다. 미등록 인원 충원 기간은 21~27일에서 22~28일로 늦춰졌다. 추가 합격자 등록 마감일은 28일에서 29일로 변경됐다. 정시모집 원서 접수는 이달 30일 그대로 시작된다.일정은 확정됐지만 조정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입시업계의 관측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시 원서접수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면 수시에서 정시모집으로 넘어온 인원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진다”며 “정시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송 결과가 의·약대 입시 좌우
교육계는 무엇보다 생명과학Ⅱ 문항을 둘러싼 재판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10일 열었다. 관심이 집중된 재판인 만큼 재판정에는 입학 업무를 담당하는 대학 관계자까지 몰려들었다.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참고할 선례로는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 오류 소송이 꼽힌다. 당시 수험생은 가처분 신청과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승소하며 ‘수능 성적 재산출’이라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체 오답 처리된 수험생의 48%인 9073명의 등급이 오르고, 629명의 대학 추가 합격자가 나오기도 했다.생명과학Ⅱ 소송은 17일 1심 선고가 난다. 교육계는 법원이 수험생 손을 들어준다면 이공계 입시 결과에 충격이 일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수능등급과 표준점수가 바뀌기 때문이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전원 정답 처리되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을 맞힌 수험생 중 원점수 45~46점인 학생 50여 명의 등급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진다”며 “반면 해당 문항을 틀린 수험생 중 원점수 45·46·48점인 학생 180여 명이 표준점수에서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이어 “최상위권이 지원하는 의·약학 계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소한 쪽이 항소할 경우 해당 학생의 최종 점수는 내년에야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남영/최예린/오현아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