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유전체 분석에 쓰는 NGS...진단키트로는 왜 잘 안 쓰일까[헬스케어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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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에 이어 기존 유전자증폭(PCR) 진단 제품으로는 다른 변이와 구별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진단 업계가 바빠졌습니다. 진단 업체들은 저마다 신종 변이를 자체 제품으로 검출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오미크론에 특화된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게 된 기술이 있습니다. 전장유전체 분석에 쓰이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입니다. 전장유전체 분석은 바이러스의 모든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모든 유전자들의 염기서열을 확인하는 만큼 오미크론뿐 아니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와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진자를 PCR 진단키트로 가려낸 뒤, 어떠한 변이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데에 이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전장유전체 분석이 가능한 NGS 기술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내놓으면 변이 유행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에 쓰이는 제품은 NGS가 아닌 PCR입니다. 왜 NGS는 코로나19 확진용 진단키트로 쓰이지 않고 있을까요.
신종 변이 빠르게 잡아내는 NGS 진단키트
코로나19용 NGS 진단제품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미국에선 NGS 기반 코로나 진단키트가 주류로는 아니지만 일부 쓰이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인 셀레믹스도 NGS 기반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한 바 있습니다. 미국 일루미나,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신청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오미크론 변이가 화제였던 지난달 29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진단키트에 NGS 기술을 적용할 땐 전장유전체 분석이 아닌 타깃유전자 분석법이 쓰입니다. 이 분석법은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해 확인한 유전자들 중 일부 유전자만 따로 잡아내 검사하는 방식입니다. PCR 방식도 전체 유전자가 아닌 4~30개 유전자만 검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작동 방식은 다릅니다. NGS를 이용한 타깃유전자 분석법은 전장유전체 분석과 다른 별개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전장유전체 분석을 활용한 분석법에 가깝습니다. 전장유전체를 분석할 때 표적 유전자에만 표시를 해둔 ‘타깃캡처키트’를 활용해 어떠한 변이에 걸렸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죠. 새로운 변이가 나와서 검사해야 할 표적 유전자가 달라지면 이 타깃캡처키트로 검사할 유전자 종류를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일종의 튜닝만 하면 기존 NGS 진단키트를 새로운 변이에 대응하는 데 활용할 수 있죠.
반면 PCR 방식은 처음부터 표적 유전자만을 잡아내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면 이 변이 바이러스에 맞는 유전자를 잡아낼 수 있도록 제품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PCR 방식은 새로운 변이에 맞춰 새 제품을 개발하는 데 빨라도 1~2주가 걸립니다. 반면 NGS는 3일가량 걸리는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해 타깃캡처키트로 검사할 유전자가 무엇인지만 재설정 해주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종 변이 출현 속도가 빨라질수록 대응에 적합한 방식이죠.
PCR 대체하기엔 장소·비용 제약과 긴 검사시간이 한계
하지만 NGS 진단키트는 국내에서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이 변이 구별용 제품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했던 분야도 NGS가 아닌 PCR 방식입니다. 업계에선 NGS 진단키트가 PCR진단시약과 달리 보편적으로 쓰이기 어려운 이유를 △검사장소 △공급비용 △품목허가 △ 검사시간 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NGS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곳에서만 활용이 가능합니다. 제품마다 편차가 있지만 보통 이 장비의 가격은 수억원에 달합니다. 수백~수천만원대인 PCR 장비에 비해 보급이 어렵습니다. 국내의 경우 검사 가능한 장소도 다릅니다. PCR은 선별진료소에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NGS는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도록 허가 받은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검사할 타깃 유전자를 어느 범위까지 두냐에 따라 다르지만 키트 공급비용도 NGS가 PCR보다 비싼 편입니다.
허가 절차 상의 어려움도 NGS 진단키트 보급을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한 제품을 PCR보다 빠르게 개발하더라도 상용화 속도를 내는 데엔 PCR이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NGS 진단키트는 전장유전체 방식에 근간을 두고 있어 PCR 방식에 비해 규제기관이 검토해야 할 유전자 항목이 훨씬 많아 품목 허가 심사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깁니다.
NGS는 아직은 검사 속도에 강점이 있는 진단 기술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15분 내외로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신속항원진단방식, 1~2시간 내에 결과가 나오는 PCR 진단 방식에 비해 NGS는 결과 확보에 짧아도 하루, 길면 3일 이상 시간이 걸립니다.암 진단에서 장점 살리는 NGS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감염병 진단의 표준처럼 자리 잡은 PCR과 달리 NGS은 이제야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특히 바이러스보다 검사해야 할 유전자 항목이 많은 암 진단에서 NGS 진단키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PCR은 많아도 30개 유전자를 보는 반면 NGS 진단키트는 수백개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하는 게 가능합니다. 엔젠바이오, 지니너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랩지노믹스, 아이엠비디엑스 등이 NGS를 활용한 암 진단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NGS 기술의 발전으로 검사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면서 그 효용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데엔 업계 이견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NGS 진단키트를 개발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20년 전 조 단위였던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최근엔 20만원대까지 내려갔다”며 “점차 가격이 낮아지면서 PCR처럼 NGS도 널리 쓰이는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게 된 기술이 있습니다. 전장유전체 분석에 쓰이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입니다. 전장유전체 분석은 바이러스의 모든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모든 유전자들의 염기서열을 확인하는 만큼 오미크론뿐 아니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와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진자를 PCR 진단키트로 가려낸 뒤, 어떠한 변이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데에 이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전장유전체 분석이 가능한 NGS 기술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내놓으면 변이 유행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에 쓰이는 제품은 NGS가 아닌 PCR입니다. 왜 NGS는 코로나19 확진용 진단키트로 쓰이지 않고 있을까요.
신종 변이 빠르게 잡아내는 NGS 진단키트
코로나19용 NGS 진단제품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미국에선 NGS 기반 코로나 진단키트가 주류로는 아니지만 일부 쓰이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인 셀레믹스도 NGS 기반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한 바 있습니다. 미국 일루미나,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신청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오미크론 변이가 화제였던 지난달 29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진단키트에 NGS 기술을 적용할 땐 전장유전체 분석이 아닌 타깃유전자 분석법이 쓰입니다. 이 분석법은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해 확인한 유전자들 중 일부 유전자만 따로 잡아내 검사하는 방식입니다. PCR 방식도 전체 유전자가 아닌 4~30개 유전자만 검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작동 방식은 다릅니다. NGS를 이용한 타깃유전자 분석법은 전장유전체 분석과 다른 별개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전장유전체 분석을 활용한 분석법에 가깝습니다. 전장유전체를 분석할 때 표적 유전자에만 표시를 해둔 ‘타깃캡처키트’를 활용해 어떠한 변이에 걸렸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죠. 새로운 변이가 나와서 검사해야 할 표적 유전자가 달라지면 이 타깃캡처키트로 검사할 유전자 종류를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일종의 튜닝만 하면 기존 NGS 진단키트를 새로운 변이에 대응하는 데 활용할 수 있죠.
반면 PCR 방식은 처음부터 표적 유전자만을 잡아내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면 이 변이 바이러스에 맞는 유전자를 잡아낼 수 있도록 제품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PCR 방식은 새로운 변이에 맞춰 새 제품을 개발하는 데 빨라도 1~2주가 걸립니다. 반면 NGS는 3일가량 걸리는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해 타깃캡처키트로 검사할 유전자가 무엇인지만 재설정 해주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종 변이 출현 속도가 빨라질수록 대응에 적합한 방식이죠.
PCR 대체하기엔 장소·비용 제약과 긴 검사시간이 한계
하지만 NGS 진단키트는 국내에서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이 변이 구별용 제품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했던 분야도 NGS가 아닌 PCR 방식입니다. 업계에선 NGS 진단키트가 PCR진단시약과 달리 보편적으로 쓰이기 어려운 이유를 △검사장소 △공급비용 △품목허가 △ 검사시간 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NGS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곳에서만 활용이 가능합니다. 제품마다 편차가 있지만 보통 이 장비의 가격은 수억원에 달합니다. 수백~수천만원대인 PCR 장비에 비해 보급이 어렵습니다. 국내의 경우 검사 가능한 장소도 다릅니다. PCR은 선별진료소에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NGS는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도록 허가 받은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검사할 타깃 유전자를 어느 범위까지 두냐에 따라 다르지만 키트 공급비용도 NGS가 PCR보다 비싼 편입니다.
허가 절차 상의 어려움도 NGS 진단키트 보급을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한 제품을 PCR보다 빠르게 개발하더라도 상용화 속도를 내는 데엔 PCR이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NGS 진단키트는 전장유전체 방식에 근간을 두고 있어 PCR 방식에 비해 규제기관이 검토해야 할 유전자 항목이 훨씬 많아 품목 허가 심사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깁니다.
NGS는 아직은 검사 속도에 강점이 있는 진단 기술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15분 내외로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신속항원진단방식, 1~2시간 내에 결과가 나오는 PCR 진단 방식에 비해 NGS는 결과 확보에 짧아도 하루, 길면 3일 이상 시간이 걸립니다.암 진단에서 장점 살리는 NGS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감염병 진단의 표준처럼 자리 잡은 PCR과 달리 NGS은 이제야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특히 바이러스보다 검사해야 할 유전자 항목이 많은 암 진단에서 NGS 진단키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PCR은 많아도 30개 유전자를 보는 반면 NGS 진단키트는 수백개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하는 게 가능합니다. 엔젠바이오, 지니너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랩지노믹스, 아이엠비디엑스 등이 NGS를 활용한 암 진단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NGS 기술의 발전으로 검사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면서 그 효용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데엔 업계 이견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NGS 진단키트를 개발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20년 전 조 단위였던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최근엔 20만원대까지 내려갔다”며 “점차 가격이 낮아지면서 PCR처럼 NGS도 널리 쓰이는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