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갑질에 우는 동영상 편집자들

"30만원 준다고 해놓고 7만원만
억울해도 참고 견딜 수밖에…"
출근 하루전에 연봉삭감 통보도
최근 유튜브 업계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구독자 60만 명에 달하는 클래식 유튜브 채널 ‘또모’에 지원한 경력 6년차 제작자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출근 하루 전 연봉 500만원 삭감을 통보받은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이 일은 네티즌 사이에서 ‘갑질 논란’으로 번졌다. 그 결과 백승준 또모 대표가 지난 7일 사과문을 올리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열악한 유튜브 제작진 처우

유튜브 채널은 최근 수년간 급성장해 이제는 공중파, 종편 등 기존 방송사를 위협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이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는 제작자 및 스태프 수가 크게 늘었다.하지만 수십 명의 인력이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소수가 제작하다 보니 인건비 등 제작 여건이 주먹구구식이거나 열악한 실정이다. “또모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게 유튜브 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구독자 25만 명 유튜브 채널의 메인 PD 이모씨(32)는 “작년 8월 구독자 8만 명 규모의 뷰티 유튜브 채널 편집을 맡았는데 사전에 계약한 30만원보다 훨씬 낮은 7만원밖에 받지 못했다”며 “생업에 방해를 받으며 고소하기도 부담스러워 결국 남은 돈 받는 걸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구독자가 부족해 당장 수익이 없으니 무보수로 일하면 나중에 보상해주겠다는 제안도 종종 받는다”며 “최근엔 한 개그맨이 이런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초보 콘텐츠 편집자들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편집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견디는 편이다. 영상 제작 관련 계약이 구두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보수는 초보자의 경우 편집된 완성본 기준으로 분당 1만원 정도다. 1시간 이내 촬영본을 10분으로 줄이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일부 유튜버는 5시간 이상 되는 원본을 10분으로 만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완성본 기준으로 보수가 책정되기 때문에 편집 분량이 아무리 길어도 보수는 올라가지 않고 노동 강도만 세지는 시스템이다. 2년 경력의 편집자 김모씨는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섬네일, 인트로, 아웃트로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해당 유튜버와 계속 일해야 하고 돈을 받기 전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해준다”고 했다.

MCN도 다르지 않아

유튜버 소속사인 ‘다중채널네트워크(MCN)’도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이 관리한다고 해서 마냥 사정이 낫다고 볼 수도 없다. 유튜버 10여 명이 소속된 MCN에서 일했던 20대 중반 편집자 A씨는 “회사를 다닌 1년 동안 본업 이외에 사무실 청소 등 허드렛일도 내 몫이었다”며 “신입 영상 제작자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이라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조은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유튜버와 편집자 간 갑질 논란의 근본 원인은 계약의 불완전성에 있다”며 “일반 회사라면 근로계약을 명확히 맺지만 유튜브 편집자 채용 프로세스는 아직 초보적 수준이어서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