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의 비밀 (1) – 카탈로그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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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저자, 김병규
쇼핑 플랫폼은 많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을 연결해줌으로써 이익을 낸다.소비자의 니즈와 선호를 파악해서 소비자가 원할 만한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에게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플랫폼을 매치메이커[match-maker/중매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플랫폼을 매치메이커라고 보는 것은 책에서나 나오는 순진한 생각이다.
플랫폼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많은 판매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인 후 이들이 그 안에서 서로 경쟁하게 한다. 판매자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광고비로 많은 지출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에서 판매자들이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이것이 거대 플랫폼의 본질이다.
거대 플랫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카탈로그 시스템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카탈로그 시스템이란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여러 판매자를 하나의 페이지로 묶는 것을 말한다.
카탈로그 시스템은 고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아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인터페이스 정도로 인식된다.하지만 소비자의 편의성은 카탈로그 시스템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카탈로그에서는 최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한 명 혹은 소수의 판매자만 화면에 표시된다.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판매자들은 별도의 버튼을 클릭해야 볼 수 있다. 카탈로그를 차지한 판매자를 제외한 다른 모든 판매자는 사실상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판매자가 아무리 판매량이 많아도, 단골이 많거나 제품 리뷰를 많이 얻어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로지 가격을 기준으로 최저 가격 판매자가 제품 페이지 전체를 차지하는 승자 독식 구조인 것이다.이런 구조는 최저 가격이 아니면 제품 페이지에 아예 노출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카탈로그를 통해 제품 판매 가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소비자를 플랫폼으로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카탈로그의 가격 줄 세우기는 신규 판매자들이 플랫폼으로 끊임없이 유입되게 한다. 만약 판매자들에 대한 줄 세우기를 누적 판매량이나 판매자에 대한 평가 등을 기준으로 삼으면 신규 판매자들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하지만 카탈로그 시스템에서는 최저 가격을 제시하기만 하면 누구나 카탈로그를 차지할 수 있다. 카탈로그가 새로운 판매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게 만드는 동시에 이들이 제품 판매 가격을 경쟁적으로 낮추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카탈로그 시스템은 거대 플랫폼이 가진 여러가지 비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판매자들이 모은 리뷰를 자신들이 소유할 수 없게 만들어서 판매자들이 독자적인 명성을 쌓기 어렵게 만들고, 플랫폼이 운영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검색 순위에 가산점을 주고,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판매자들이 노출 경쟁을 하게 만들어서 광고비 지출을 늘리게 하는 등 거대 플랫폼 안에는 판매자들로 하여금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더 많은 광고비를 쓰게 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숨겨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자들은 거대 플랫폼을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자진해서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런 선택의 결과는 판매 가격 붕괴, 비용 증가, 브랜드 가치의 하락, 그리고 플랫폼에 대한 영원한 종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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