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과 320조 비밀계약 맺었다"…어떤 내용이길래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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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30회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글로벌 경제·군사 패권을 두고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자국 주요 기업인 애플과 테슬라가 '친중 행보'를 보이는 형국이라 눈길을 끈다. "돈 앞에 국가도 없다"는 비판부터 자유경제 시장에서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업계는 글로벌 빅마켓인 중국에 유화적 접근을 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 중국과 비밀계약 체결 보도 나와
자존심 센 애플, 유독 중국에 저자세 보였단 지적
일론 머스크는 "중국 경제적 번영 정말 놀라워"
"5년간 애플 서비스 제재 면제로 324조 투자"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최근 애플 내부 문서와 익명의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법적 제재 등을 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 관리들과 비밀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이에 따르면 쿡 CEO는 2016년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5년짜리 비밀 계약을 체결했다.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 제프 윌리암스, 대관업무 책임자 리사 잭슨을 대동하고 중국 중난하이에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1250단어짜리 양해각서를 작성했다는 것.각서에는 애플의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 앱 장터 '앱스토어'에 대한 제재를 면제받는 대신 중국 제조업체가 최첨단 제조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중국 인재 훈련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중국 공급업체의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물론 중국 소프트웨어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양측간 이의가 없으면 계약기간 5년에 자동으로 1년 추가돼 2022년 5월까지 효력이 연장되는 세부 사항도 넣었다고 디인포메이션은 보도했다. 이 약속에 따라 애플은 중국에 5년간 2750억달러(한화 약 324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2016년 5월 중국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 역시 "중국에 성의를 보이기 위해서"였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쿡 CEO는 애플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만든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애플은 올 3분기 중화권 시장에서만 145억6300만 달러(약 17조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애플 전체 순이익의 70% 수준이다.
애플 측은 이에 대해 별도 성명을 내지 않았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애플이 중국에서 '유일한 외산폰'으로 승승장구한 이면에는 당국과의 유착이 작용했을 수 있다. 미 IT 매체 씨넷은 "팀 쿡이 노련한 정치가가 돼 애플의 사업을 위해 세계 지도자들과 관계를 구축한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유독 중국에 저자세라는 논란은 그간에도 계속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애플이 자신들의 원칙을 깨고 중국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중국 당국에 고스란히 넘겼다"고 비판했다. 미국이나 타 국가권에서 사소한 정보와 데이터라도 보안을 이유로 소송을 불사하는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머스크, 美정부는 비판…중국엔 '칭찬 세례'
미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기업인 테슬라 역시 자국 정부에는 비판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연신 중국은 추켜세우고 있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주최한 'CEO 카운슬' 행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법안을 저격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강대국으로서의 지위에 적응해 가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머스크 CEO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세금 공제안을) 나라면 다 버릴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7000억달러(한화 약 2068조325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 지출 법안에 담긴 전기차 지원 방안을 겨냥한 것. 이 법안은 노조가 결성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4500달러(약 531만5000만원),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 500달러(약 59만원)를 추가 공제하는 혜택을 담고 있다.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테슬라는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중국의 많은 관료들은 (과거) 중국이 작은 경제 규모 때문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살아왔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머스크 CEO의 '친중국'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1일 머스크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공산당 창당 100주년 연설의 한 대목을 담은 관영 신화통신 트위터 게시물에 "중국이 이룬 경제적 번영은 정말 놀랍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특히 인프라 분야에서 더 놀랍다"며 "직접 중국을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머스크의 트윗은 테슬라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중국 당국 관계자들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 차원"이라며 "테슬라가 지난해 초부터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모두 회수하겠다고 밝힌 지 5일 만에 나온 발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분석가인 가오셴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테슬라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면서 "머스크가 중국 당국과 고객들과의 마찰 속에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벤징가도 "머스크의 발언은 테슬라가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에서 수위 높은 조사를 받은 데에 따른 것"이라면서 "테슬라 글로벌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라고 전했다.
머스크 CEO는 앞선 3월에도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중국의 미래는 위대할 것이고 세계 최대의 경제국으로서 크게 번영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머스크 CEO가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이다.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 3분기 테슬라의 중국 매출은 90억1500만 달러(약 10조7000억원)로 글로벌 매출의 25%에 해당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친중 행보 계속될 가능성
미중은 지난달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가졌음에도 정치·경제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급기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까지 공식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과 테슬라가 '반 바이든, 친 시진핑' 정책을 구사하면서 미 정치권과 미 경제권의 대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는 권력 강화를 위해 애플과 테슬라, 구글 등 이른바 '빅테크' 길들이기에 혈안이 돼 있어 IT 기업들이 현 백악관 인사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기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너무 군기를 잡는다는 게 미국 기업들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애플과 테슬라에게 중국은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나라지만 미국은 세금을 뜯어가는 국가"라며 "글로벌 기업들의 친중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