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게임 해보면 딱 보이죠"…게임사 '빅딜' 소외되는 IB들 [차준호의 썬데이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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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사진=크래프톤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AD.27688803.1.jpg)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약 9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게임사 '언노운월즈'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조 단위에 육박한 거래였지만 이 과정에서 별도의 IB를 고용하진 않았다. 약 20명 남짓의 전략본부가 딜 전체 과정을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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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소셜 카지노인 '스핀 엑스'를 사들인 넷마블도 인수 과정에서 로펌과 회계법인 등을 고용하면서도 IB는 연락하지 않았다. 넷마블 내 재무책임자(CFO)이자 재무전략담당인 도기욱 전무를 비롯한 5명 내외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M&A팀이 조단위 빅딜을 완주했다. 도 전무는 별도의 IB경력 없이 넷마블 전신인 CJ ENM 게임사업부 출신의 내부 인력이다. 함께 손발을 맞춘 관계자들 사이에선 "외부 금융계 인력 보강도 없이 자체 인력만으로도 어느 기업 못지않게 M&A 업무를 잘한다"는 평가가 나옸다.카카오게임즈도 올해 히트 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오딘'의 개발사 라이온하트를 이달 4500억원에 인수했지만 역시 IB는 관련돼 있지 않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올 초 1900억원을 들여 '넵튠'을 인수하는 연내 두 건의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며 발빠른 행보에 나섰다.
이처럼 게임사발(發) M&A가 쏟아지다보니 소외된 IB들은 일감을 따기 위해 회사를 수시로 찾고 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IB들이 자문을 맡는 거래 규모가 최소 2000억~3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해마다 10여건의 거래들을 눈앞에서 놓치는 것으로 계산된다. 다만 인수 물건 발굴, 기업가치산정, 산업분석 등 주요 업무에서 내부 인력들이 누구보다 더 능숙하기 때문에 별도의 자문사를 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게 게임업계의 중론이다.
각 게임사들의 관심분야가 동종 게임사 뿐 아니라 대체불가토큰(NFT), 가상화폐 등으로 넓어진 점도 IB들엔 고민거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설상가상으로 기존 금융사 업무에선 커버하지 못한 영역들에 게임사들이 관심을 쏟다보니 점점 더 IB 무용론이 확산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