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의 채권시장 view] 저금리에서 중금리,중물가 시대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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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8월 연 0.75%로 인상한 이후 올 들어 두번째 인상 결정이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4%와 3%로 전망해 지난 8월 예상치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전망이 크게 달라졌다. 물가상승률 전망은 올해 2.1%에서 2.3%로, 내년은 1.5%에서 2.0%로 상향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소비자물가가 상반기 2.3% 오르고 하반기에는 1.8%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통화량 증가, 공급망 문제에서 시작된 1차 인플레 압력이 현재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기업들의 가격 전가를 통해 2차 인플레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채권전략 연구원
재정 적자, 급격히 늘어난 통화량 인플레이션 유발
그린에너지 전환과 글로벌 생산망 붕괴도 물가 상승 요인
실제 한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3개월 동안 2.4%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10월 2.7%로 높아졌다. 같은 달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3.7%로 집계되면서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유가상승 영향이 컸지만, 그 외 공업제품, 음식, 숙박 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 물가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높아진 수요 대비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이 가격 상승에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풀린 통화량의 영향을 받고 있다. 주가, 부동산 가격, 임금 등 모든 명목 가격들은 수요 자체가 크게 변하지 않는 한 통화량의 함수로써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미국은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를 -15%까지 확대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채권매입 잔액이 2020년 2월부터 현재까지 3조8000억달러 증가한 것까지 감안하면, 미국 GDP의 약 33%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금융시장과 물경제에 공급된 셈이다. 1943~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재정 확대(GDP 대비 재정적자 20~27%) 이후 최대 규모다.
Fed는 내년 상반기 자산매입을 종료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기준금리를 인상해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취약해진 부문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고, 늘렸던 유동성을 단기간에 흡수할 경우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서서히 유동성을 줄여나갈 경우 펀더멘털 대비 낮은 실질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게 된다.
앞으로 각국은 과잉 유동성을 팬데믹 이전 평균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흡수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긴축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실질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경제주체들이 부채 축소를 시작할 경우 팬데믹 이후 회복되었던 경기가 빠르게 하강할 위험이 있다. 더군다나 이미 높은 유동성과 자산가격 상승에 익숙해진 상태에서는 긴축으로의 전환은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결국 미국 등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안고 가는 전략을 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미국 등 기축통화국 정부는 과도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혹은 감수해) 부채의 상대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긴축을 통한 부채 상환은 경제주체들의 큰 고통을 수반할 수 밖에 없어 정치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다. 남유럽 위기 당시 재정긴축의 방식으로 정부 부채를 낮추고자 했으나, 경기는 위축되었고 디플레이션은 심화되었으며 긴축에 대한 여론의 심한 반발이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중장기적으로 인플레를 지지하는 몇몇 요인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은 전반적인 생산비용을 높이고 철광석 등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촘촘한 생산 분업화와 세계화 흐름이 제조 비용을 낮추고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면, 팬데믹 이후 퇴보한 글로벌화 흐름은 생산 비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팬데믹은 보건 위기와 사망자 증가 등의 어려움을 불러왔지만, 동시에 비대면 디지털 산업으로의 흐름을 가속화시키며 새로운 산업, 기업들이 탄생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는 정체됐던 고용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디지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커지면서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임금 인상이 진행될 것이다. 과거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는 현금의 가치가 높았기에 현금이 예금과 채권의 형태에 머무를 유인이 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높아지기에 통화가 예금의 형태로 머무르지 않고 다른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변동성 확대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중장기적인 변화라면, 해당 경제에 적합한 중립금리도 상향 조정될 것이다. 2022년 2.9%, 2023년 2.5%의 실질GDP 증가와 2% 초반의 물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한국경제에 적합한 중립 기준금리는 연 1.75%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내년 1월께 1.25%로, 내년 3분기 1.50%로 인상되고, 2023년에는 1.7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