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 택한 김수현·송중기…2년 후 모습 봤더니 [연예 마켓+]

'독립→제작' 같은 듯 다른 길

송중기·김수현, 지난해 나란히 신생 회사로
매니지먼트부터 제작까지…

자사 제작 드라마 출연하는 김수현
매니지먼트 따로, 제작 따로 송중기
김수현, 송중기/사진=한경DB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 믿고 보는 연기력, 여기에 단단한 팬덤까지 가진 김수현·송중기는 지난해 나란히 신생 기획사와 계약 소식을 알려왔다. 실질적으로 그들이 설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들이었다. 이들의 소속사는 "배우 매니지먼트 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며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의 포부를 전했다.

그로부터 2년, 이들 회사는 각각 2개의 작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같은 목표와 달리 이를 수행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김수현X친척형 의기투합, 골드메달리스트

2020년 1월 1일, 김수현은 신생 기획사인 골드메달리스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1인 기획사' 체제로 활동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김수현 외에 서예지, 김새론 등을 영입한 골든메달리스트는 "역량 있는 기성 배우 영입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유한 신인 연기자들을 발굴하고 트레이닝 하는 저희들만의 프로듀싱 시스템을 구축해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를 배출하겠다"고 전했다.

골드메달리스트는 김수현의 친척형으로 알려진 영화 '리얼'의 이로베 감독, 영화 '극한직업' 기획자인 김미혜 프로듀서가 창립했다. 이로베 감독은 배우 프로듀싱과 작가, 프로듀서 등 인재 발굴 및 영입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수현, 서예지는 나란히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차기작으로 결정지었다.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제작에 참여했다.골드메달리스트가 올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은 김수현의 신작인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어느 날'이다. '어느 날'은 2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알려졌다. 골드메달리스트는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등과 함께 '어느 날'을 만들고 있다.

김수현은 소속사가 제작을 겸하는 동시에 출연료 최고가도 경신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회당 2억 원대 출연료로 남자 배우 출연료 2억 원 포문을 열었던 김수현은 '어느 날'에서는 5억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수현의 출연료가 제작사에서 부담하는 지분에서 어느 정도 비율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송중기 회사에서 만들었다고?

송중기는 2020년 1월 3일 하이스토리 디앤씨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송중기의 첫 소속사인 싸이더스HQ의 가족 회사인 iHQ 드라마 사업부를 이끌었던 황기용 대표가 세운 신설법인이었다. 두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뿌리 깊은 나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을 함께 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스토리 디앤씨 역시 송중기 영입 이후 고보결, 임철수 등을 추가로 영입했고,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첫 작품은 tvN '스타트업', 두 번째 작품은 지난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새 수목드라마 '공작도시'다. 두 작품 모두 송중기, 고보결 등 하이스토리 디앤씨 소속 배우들의 이름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송중기 회사에서 만들었냐"는 말도 나왔다.
/사진=하이스토리 디앤씨 홈페이지 캡처
송중기의 차기작으로 촬영이 진행 중인 JTBC 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은 JTBC 스튜디오와 래몽래인이다. 하이스토리 디앤씨의 이름은 올라가 있지 않다.

매니지먼트도 하고, 제작도 하고

매니지먼트사에서 제작까지 하는 건 특별한 사례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홀로서기에 나서는 배우들이 회사를 설립하면서 제작을 겸한다고 발표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올해 3월, 3년 동안 몸 담았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나와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 길스토리이엔티를 설립한 김남길이 대표적이다. 김남길의 새 회사는 신세계', '남자가 사랑할 때', '무뢰한', '검사외전', '아수라', '공작' 등의 영화를 제작한 영화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와 함께했다. 매니지먼트 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 IP 사업 등을 아우르는 엔터 비즈니스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롯해 데뷔 때부터 함께한 사람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배우 이제훈은 영화 제작사를 운영했던 김유경 대표, 양경모 감독과 제작사 하드컷을 공동 설립했다. 하드컷은 올해 왓챠 오리지널 '언프레임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매니지먼트와 제작, 안하면 바보"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의 글로벌 판매가 늘어나고, 시장이 커지면서 제작에 관심을 갖는 매니지먼트사도 늘어났다. 키이스트, 스튜디오산타클로스와 같은 코스닥 상장사 뿐 아니라 씨제스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 등도 배우 매니지먼트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배우들 역시 이를 모르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수년 전부터 몇몇 한류 스타들이 고액의 출연료 중 일부를 해외 방영권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몇몇 대형 스타들을 중심으로 최근엔 영화 출연 계약에서나 이뤄지던 러닝 개런티를 드라마 제작에서 요구하거나, 제작에 참여해 지분을 갖겠다고 하는 상황도 발생하면서 몇몇 관계자들은 "결국 몇몇 스타만 배불리는 구조"라며 한탄한다.

한 관계자는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지옥'과 같이 한국 영상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유명 배우를 잡으려는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며 "회사를 세운 배우 입장에서는 제작을 해야 매출이 늘어나니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현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렇지만 한 드라마 기획자는 "좋은 콘텐츠에 대한 목표 없이 단순히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제작에 참여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냉정하게 판단하고, 서로에게 좋은 방향을 논의해야 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