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뒷돈 의혹' 유한기 숨진 채 발견…검찰 수사 차질 불가피

사진=뉴스1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66‧현 포천도공 사장)이 10일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10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7시 40분쯤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그의 가족들은 이날 오전 4시 10분쯤 그가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는 내용의 실종 신고를 해 경찰이 수색 작업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인 9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48)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53)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른바 ‘대장동팀’ 초기 멤버인 두 사람이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2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봤다. 한강유역환경청은 대장동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일부 지역을 보전 가치가 높은 1등급 권역으로 지정했다가 이후 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은 공사의 실질적 일인자라는 뜻의 ‘유원’으로 불린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52·구속기소)에 이어 ‘유투’로 불릴 만큼 공사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3월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신청서를 낸 컨소시엄들에 대한 평가 때 절대평가로 진행된 1차 평가의 평가위원장을, 상대평가로 진행된 2차 평가의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2월께 대장동 사업 주체인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 황무성 초대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의혹도 받고 있지만, 검찰은 이번 영장 범죄사실에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일단 뇌물 혐의로 먼저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이 부분에 대한 보강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오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숨지면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로비 의혹 규명의 주요 인물이었고, 윗선의 배임 공모 수사의 활로를 열 돌파구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