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베이징 동계올림픽 악재와 중국의 정신적 승리법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찾아간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는 막바지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었다.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테스트 이벤트가 열릴 정도로 공사가 끝났고, 선수촌과 각종 훈련장 공사도 마무리 단계였다. 중국의 올림픽 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인 '폐쇄루프'도 체험했다.

폐쇄루프는 경기장, 선수촌, 훈련장을 마치 거대한 거품을 덮어씌운 것처럼 외부와 차단하는 방식이다.

경기장·선수촌·훈련장 간 이동은 전용 버스만 이용할 수 있고, 선수와 운영진은 물론 취재진·자원봉사자·선수촌 직원까지 1일 1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외부로 확산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나 자원봉사자들은 완공된 경기장과 방역 대책을 홍보하며 "올림픽 준비가 사실상 끝났다"라거나 "코로나19를 차단할 수 있다"며 성공 개최를 자신했다.

현장에서 느낀 중국의 올림픽 방역 정책은 '만리장성'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철저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50여일 앞두고 각종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테니스 선수 펑솨이(彭師)의 장가오리(張高麗) 전 부총리 '미투'(Me Too·성폭력 피해 폭로)'로 펑솨이의 안전을 의심하는 시선이 끊이지 않고, 폭발적인 전파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이 세계에서 확산하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 미국을 필두로 뉴질랜드, 호주, 영국, 캐나다가 신장(新疆) 등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천명했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중국의 성장을 알리며 중국몽(中國夢)을 앞당기려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고 신장과 홍콩 문제를 정치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악재의 일부는 중국이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장 인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은 강하게 부정하지만 유엔 차원의 현장 조사 조차 거부하고 있다.

펑솨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입으로 불리는 외교부 대변인은 펑솨이의 안전을 물을 때마다 "들은 적 없다"라거나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며 굳게 입을 다물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관영매체들은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무시와 정면 돌파를 주문하며 자국은 전(全) 과정 인민민주를 달성했다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 "중국은 시대 조류에 부합하는 인권 발전의 길을 성공적으로 걷고 있다"며 "중국의 인권 업무는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서방에 대항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루쉰(魯迅·1881∼1936)의 소설 '아Q정전'에 등장하는 아Q가 떠오른다.

아무리 모욕을 당해도 자기 합리화를 하는 아Q의 '정신적 승리법'과 중국의 '전랑외교'(늑대전사 외교)가 상당히 닮은 듯하기 때문이다.

홍콩 시사 평론가 류루이사오(劉銳紹)는 최근 중국이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모습을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를 인용해 비판했다. 홀문해상유선산(忽聞海上有仙山), 산재허무표묘간(山在虛無縹渺間)
문득 바다 위에 신선 산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산은 텅 비고 아득히 어렴풋한 곳에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