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출처:네이버 영화
<프롤로그>
학창 시절에는 입시에만 집중하는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으로 음악, 미술, 체육, 연극 영화 분야는 특기자만 하는 것으로 여겼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힘들 때 인간의 영혼을 달려주는 소중한 요소임이 바로 예술 분야임을 깨닫게 되었다. 클래식이든 대중예술이든 장르에 상관없이 파란만장한 인생길에 큰 위안과 용기를 주는 소중한 에너지이다. 영화 <파파로티, 2012>에서 비록 건달이지만 천부적인 노래 실력을 가진 고등학생을 알아본 음악선생님은 쉽지 않은 과정을 같이 이겨내며 훌륭한 성악가로 성장시키게 된다. 극중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 가사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와 함께 한다면 좋겠네'에서 고통 속 한줄기 따뜻한 사랑의 빛이 혹한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행복을 준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탈리아의 테너 가수, 다양한 레퍼토리와 높은 음역에서 멀리 뻗어나가는 맑고 깨끗한 음색이 최대의 장점이다.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린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줄거리 요약>
천부적인 노래 실력을 지녔지만 일찍이 주먹세계에 입문한 건달 이장호(이제훈 분)를 가르쳐 콩쿠르에서 입상을 시키라는 교장선생의 압박을 받은 음악선생 나상진(한석규)은 장호의 불량한 태도가 못마땅하여 무시하며 사사건건 약을 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노래를 접하고 천재성을 발견한 선생은 자신이 과거 포기했던 성악가의 꿈을 열어주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관전 포인트>
A. 무늬만 고등학생인 장호의 음악에 대한 무지한 수준은?
주먹과 노래 두 가지 재능을 타고났으나 불우한 가정 형편으로 주먹세계에 뛰어든 장호는 악보 볼 줄도 모르고 파바로티의 이름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해 파파로티라고 나선생에게 얘기하자 "파파로티"는 너희 아버지(파파) 이름이냐고 무시하면서 먼저 인간이 되라고 충고한다.
B. 장호와의 첫 교감이 통하던 순간은?
장호의 태도에 계속 무시하며 노래부를 기회조차 주지 않던 나선생은 어느 날 장호가 경찰서에 잡혀있다는 소식을 듣고 구해주러 갔다가 자신의 집에 온 장호가 부른 노래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고 "넌 세계적인 테너가 될 수 있어"라며 격려한다.
C. 장호가 성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릴 적 홀 할머니와 같이 살던 장호는 학교 대회에서 받은 음악 CD를 받고 그 속에서 네순 도르마를 들으며 성악을 사랑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 곡은 과거 나상진 선생이 세종 콩쿠르에서 1등 하여 이태리 유학을 가서 부르던 노래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목의 종양 수술로 성악가의 꿈을 접고 학교 선생의 길로 가게 된 것이다.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오페라 <투란도트>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아리아로 영화에서 성악 대역은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강요셉이 부른다]
D. 장호에게 용기를 준 또 다른 인물은?
조폭의 중간 보스 창호형으로 장호의 재능을 알아본 그는 "너 이렇게 살지 마라, 만약 내가 네 입장이라면 난 너처럼 그렇게 안 살 끼다. 너에겐 충분히 성악가 재능이 있어. 하지만 난 꿈이 없다"라며 자신처럼 살지 말고 사람답게 살라고 충고하며 장호 대신 경쟁 조폭과의 전쟁에 나섰다가 안타깝게 죽고 만다. 맷 데이먼이 출연한 영화<굿 윌 헌팅>에서 친구의 천재성을 알아본 벤 애플릭은 "넌 지금 당첨될 복권을 깔고 앉아서 너무 겁이 많아 돈으로 못 바꾸는 꼴이야, 병신 같은 거지, 네게 있는 재능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난 뭐든지 할 거야. 20년 후에도 이 동네에 살면서 막노동으로 우리 집에 와서 비디오나 보고 있으면 널 죽여버리겠어! 어느 날 너희 집에 갔을 때 네가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났으면 좋겠다"라는 우정 어린 장면이 연상된다.
E. 나선생이 장호를 조폭 세계에서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장호에게 자신이 입던 턱시도를 입히든 날 장호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나선생은 조폭 두목을 찾아가 "장호는 이런 조폭 길을 걸어야 할 애가 아니란 말입니다. 장호를 풀어주십시오. 제 손모가지는 피아노를 쳐야 되니 발모가지라도 끊으십시오"라고 애원하자 그의 진정성에 마음을 연 두목은 "가라, 대신에 니 10년 안에 세상 종자들 다 알아보는 그런 인간 못되어 있으면 니 모가지 그때 딸 끼다"라고 놓아준다.
F. 중요한 콩쿠르에 늦게 나타나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자 벌어진 일은?
경쟁 조폭의 폭행으로 늦게 콩쿠르장에 나타난 장호에게 심사위원들이 기회를 주지 않자 나선생은 "제발 선생님들 부탁드립니다. 제 제자가 지금까지 콩쿠르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많이 했다 말입니다. 제발 한 명만 더 심사해 주십시오"라고 절규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쌍욕을 하면서 난동을 부리다가 결국 저지당하는 사이 장호가 홀로 무대에 올라 네순 도르마를 열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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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 평소 자신을 경멸하던 성공한 성악가 친구에게 간곡하게 유학 후원을 부탁하여 유학길을 떠나게 된 장호는 공항 출국장에서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준 선생님에게 큰절을 올리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7년 후 성공한 테너로 돌아와 열린 귀국 독창회에서 "오늘날 자신을 있게 해준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선생님이 즐겨 부르던 노래를 바치게 된다.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행복을 주면 그 행복은 또다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염시킨다는 선순환의 진리를 보게 된다. 따뜻함이 사라져 가는 현실 사회에 다시 한번 사랑의 온기가 곳곳에서 소용돌이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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