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00㎞ 할퀸 토네이도…지구온난화로 힘 더 세졌나

'수십개가 최소 4개주 강타' 관측이래 최강 기록
희소한 12월 발생에 과학자들 기후변화 의심
"겨울 초여름 기온이 한랭전선 만나 원재료 '뇌우' 형성"
토네이도가 미국 중부 지역을 강타해 사망자 수십 명이 발생했다. 좀처럼 드문 12월의 초강력 토네이도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극단기상의 하나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태생적으로 토네이도를 분석하기 어렵다면서도, 온난화가 토네이도 발생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빅터 젠시니 노던일리노이대학교 기상학 교수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기후변화가 이번 토네이도 발생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실히 밝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12월 이상 고온 현상이나 라니냐 등이 토네이도 발생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토네이도가 발생하기 직전 미국 남부지역에는 12월인데도 21∼26도의 늦봄,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 고온 현상이 관측됐었다.

멤피스에서 이날 기록한 26도는 103년 만의 기록으로 알려졌다.

이런 따뜻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한랭전선과 만나면서 문제가 커졌다. 지표면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상공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면 지표면의 습기가 상승하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뇌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바로 토네이도의 '원재료'가 된다.
높은 기온이 토네이도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의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국립기상청(NWS)의 폭풍 예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역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토네이도 15개 가운데 12월에 발생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1953년 12월 5일, 미시시피에서 38명의 희생자를 냈던 토네이도가 12월에 발생한 사례 중 가장 피해가 큰 사례로 남아 있다.

이번에 아칸소, 미주리, 테네시, 켄터키주를 할퀸 이른바 '4개주(Quad-state) 토네이도'로 최소 7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겨울 평균기온이 높아질수록 뇌우가 자주 발생하고 이 기간 토네이도 발생이 늘어날 우려도 더욱 커진다.

기후변화 정책을 연구하는 혁신연구소(Breakthrough Institute)의 지크 허스파더 국장은 "미국 중서부, 남부, 그레이트플레인스(대평원) 지역에서 이런 뇌우의 빈도, 강도가 기후변화에 따라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뇌우가 토네이도로 진전되는 다른 요인이 무엇인지는 과학자들도 아직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토네이도는 산불, 폭염 등 다른 기상이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유지 시간이 짧아 아직 연구가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토네이도의 빈도 증가를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연구도 아직 없다.

미국 정부가 2018년 펴낸 국가기후평가 보고서는 "폭우, 폭염 같은 형태의 기상이변이 앞으로 증가할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은 온난화와 직접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토네이도, 우박, 뇌우 등도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이 주목되지만 과학적인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고 한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역대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토네이도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이 토네이도는 아칸소주에서 발생해 미주리, 테네시, 켄터키주 등 약 400㎞를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기록은 1925년 미주리, 일리노이, 인디애나 등에 피해를 준 이른바 '3개주 토네이도'의 352㎞였다.

폭풍예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6개주에서 44건의 토네이도가 보고됐다. 실제로는 하나의 초강력 토네이도가 장거리를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