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가원 자문 구한 학회 "수능 생명과학Ⅱ 오류"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재판을 마친 수험생과 소송대리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과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자문을 구한 학회 중 한 곳에서 ‘전원 정답’ 처리가 합당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유전학회는 해당 문항에 대해서 두 가지 의견을 냈다. 한 의견은 “지문의 Ⅰ과 Ⅱ집단은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어진 조건의 활용 여부에 따라 해답을 구하는데 심각한 오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원 정답 처리가 합당하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이다. 다른 의견은 “문제 자체에서 요구하는 답을 구하는 데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기존 정답을 유지’해도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이다.해당 문항의 풀이 의견에도 “결과가 모순이 되기 때문에 이때부터 응시자는 지금까지 풀이 전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유전학회는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하면서 종합의견으로 “기존 정답 유지 처리와 전원 정답 처리 중 하나를 제시하지 않고,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의견없음)’하는 것을 최종 의견으로 제시한다”고 답했다.

한국유전학회는 학생들의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에서도 ‘문항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제시된 자료가 불완전해 자료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 Ⅰ과 Ⅱ가 존재하지 않아 문항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이 문항의 정답이 없다”는 이의신청에 대해 학회는 “자료가 불완전하기보다 이미 그 자체로 완전한 자료에 모순을 유발하는 조건이 추가돼 문항에 오류가 있다. 오류가 발생해 문항이 제시한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개체 수가 음수로 나타나 문항에 오류가 있다”는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학회는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들 간의 모순이 있으며, 그 모순이 드러나는 형태 중의 하나가 B*B*의 유전자형이 음수로 계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본 학회의 의견과 일치한다”고 했다.평가원이 자문을 구한 나머지 두 학회는 한국과학교육학회와 한국생물교육학회다. 한국과학교육학회는 “문항에 주어진 조건을 사용해 보기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데 전혀 이상 없으며, 따라서 이 문항의 기존 정답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했다.

한국생물교육학회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지문 설정에는 학문적인 오류가 없고,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의 원리가 적용되는 집단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 집단이므로 문항에서 제시된 집단의 실존 가능성 여부는 평가하고자 하는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했다.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홈페이지에 접수된 2022학년도 수능 문제·정답 이의신청을 심사한 결과 76개 문제에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이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해당 문항에 대해 자문한 학회명과 구체적인 답변 내용을 밝히지 않아 수험생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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