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충돌한 李·尹…"자유엔 한계" vs "검열 공포"

불법 촬영물 '사전 필터링'
카톡 등 사업자에 의무화 조치

尹 "개·고양이 동영상도 막혀"
李 "규칙과 합의는 따라야"
카카오톡과 같은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에 사전 필터링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대선의 이슈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모든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개정을 공약하면서다.

윤 후보는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었다는 제보가 등장하기도 했다”며 “(법이)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고 지적했다.n번방 방지법은 웹하드 사업자와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에 대한 기술적·관리적 조치(필터링 등)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을 말한다. 불법 성범죄 동영상을 유포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n번방 사건이 터진 뒤 후속 조치로 법이 개정됐고, 지난 10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실제 범죄에 활용된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 카카오톡 등 국내 기업에는 사전 필터링을 의무화하면서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윤 후보는 “통신 비밀 침해 소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며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국민이 커뮤니티 사이트 또는 SNS에 게시하는 내용을 정부가 정한 알고리즘과 구축한 DB(데이터베이스)에 따라 사업자가 살피는 것 자체가 검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의 사적인 통신을 들여다보고 제한하려면 기본적으로 영장을 통해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영장 없는 곳에 감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반면 이 후보는 전날 경북 구미 금오공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n번방 방지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사전검열이 아니다”며 “누리는 자유에 비해 다른 사람이 너무 피해를 보니까. 사회질서에 반하는 건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모든 자유와 권리에는 본질적 한계와 법률적 한계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에도 두 가지 한계가 있는 것이고 일단 합의했으면 규칙과 합의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선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n번방 방지법이 적용된다고 해도 국민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법은 우리 사회가 다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