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서 한발 물러난 中 "내년 경제안정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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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쇼크 등 '3중 압력' 직면"성장에서 분배로의 정책 전환을 시도하면서 각종 부작용을 마주한 중국 공산당이 내년 경제정책 키워드로 ‘안정’을 내세웠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대 경제 아젠다인 ‘공동부유’를 견지하면서 중소기업 지원,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안정 속에 성장’을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지도부, 경기둔화 사실상 인정
돈 풀어 경기부양 의지 드러내
공동부유 기조는 그대로 유지
시진핑 "과학기술 혁신해야"
美 민주주의 회의 의식한 듯
성장→분배 과도기에 나온 ‘안정’
1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8~10일 열린 중국의 연례 중앙경제업무회의에선 내년 경제정책 기조를 ‘안정을 우선하되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온자당두, 온중구진(穩字當頭, 穩中求進)’으로 정했다.한원슈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실 부주임은 전날 열린 ‘2021~2022 중국 경제 연차총회’에서 회의 내용을 해설하면서 “각 지역과 부처가 거시경제 안정의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며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긴축 효과가 있는 정책을 신중히 펴 내년 경제 안정의 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안정을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40여 년의 개혁·개방 시대를 관통해 온 ‘성장’에서 한발 물러섰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분배 위주로의 갑작스러운 전환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이번 회의에선 “경제가 수요 위축과 공급 충격, 기대치 약세 전환의 3중 압력에 직면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의 발표로는 이례적으로 위기 상황임을 인정한 것이다. 민간 부문에 대한 전방위 규제에 따른 내수 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정책 부작용과 전력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같은 내외부 악재 속에 중국의 경기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선 경기 부양 측면에서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 감세, 인프라 투자 확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 확대 등이 제시됐다. 재정지출은 강도와 속도를 모두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인프라 투자는 적절하게 현재 수준을 앞질러 전개하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인프라 투자 용도의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를 올해 3조6500억위안에서 내년 4조위안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회사들에는 소규모 기업, 과학기술 혁신, 녹색 발전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내수 확대 전략을 펴 성장의 내생 동력 증강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학기술 자립 재차 강조
이번 회의에선 보완적 차원의 성장정책을 내놨지만 큰 그림은 여전히 시 주석 최대의 경제 아젠다인 공동부유 아래에 있었다. 공동부유를 시행하기 위해 그동안 당국이 제시한 취업 중시, 민생 보장, 세수 확충, 기업들의 자발적 공익·자선사업 지지 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부문에선 서민들을 위한 보장성 주택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이번 회의에선 또 “공정경쟁 정책을 심도 있게 추진해 반(反)독점 및 반부당 경쟁 기조를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통화정책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여유 있는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지방정부의 음성적 채무는 단호히 억제하기로 했다.시 주석은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과학기술 자립과 발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전날 개막한 다완구 과학포럼에 보낸 축하 서한에서 “세계 과학기술 혁신은 활황기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은 세계 경제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 과학기술 혁신 고지 건설과 신흥산업 발전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10일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에 맞춰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 활동가들을 감시하거나 인권 탄압에 악용할 우려가 있는 첨단기술 수출을 규제하는 시스템인 ‘수출 관리·인권 이니셔티브’를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와 함께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