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베어링 NSK, 전기차 시대에 투자해도 될까 [지민홍의 일본주식 가이드]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NSK(일본정공), 세계 3대 베어링 제조사
전기차 시대에 베어링 수요 감소 우려
"자동차 실적 선방 시, 현재 주가 수준 매력적 구간"
(사진=한국NSK 카달로그 화면 캡처)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통나무와 같은 굴림대를 땅에 깔고 무거운 돌 등을 옮겼습니다. 마찰을 줄이기 위해 바닥과 물체, 물체와 물체 사이에 굴림대를 이용한 원시적인 '베어링'을 사용한 것입니다. 베어링의 기본 형태는 땅 위에 통나무를 놓고, 그 위에 돌을 올린 후 땅을 동그랗게 말아 물체가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쉽습니다. 물체(돌)는 돌아가는 축이 되고 축을 감싸는 것은 내륜, 내륜과 외륜사이에 마찰을 줄여주는 통나무는 구름요소, 땅은 베어링의 외부를 감싸는 외륜의 개념이 됩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다빈치는 약 1500년대 근대적 형태의 베어링을 고안해 냈습니다.

베어링은 회전하거나 움직이는 기계의 마찰을 감소시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기계동작에 반드시 필요한 부품입니다. 구름베어링, 롤러베어링, 유체베어링 등 세부적 베어링의 종류는 무수히 많고, 고객의 개별 요구에 맞게 커스트마이징되고 있습니다. 현재 베어링은 가전제품, 항공기, 철도, 공작·건설기계, 산업용 모터, 로봇, 반도체제조 장비 등 거의 모든 제조업분야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베어링 업체 중 일본 회사 한 곳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가총액 약 4조3000억원에 거래되고 있는 NSK(일본정공_6471)입니다. NSK는 창업한지 104년째되는 회사로 일본 국내 점유율 1위. SKF(스웨덴), 셰플러(독일)과 함께 세계 3대 베어링 제조 회사로 불립니다. 추가적으로 일본 내 베어링 회사로는 전기자동차 베어링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NTN(6472), 도요타그룹의 JTEKT(6473), 베어링 회사인 미네베아와 미쯔이 전기가 합병한 미네베아미쯔미(6479) 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NSK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사업부분(자동차 베어링, 자동차 부품)과 산업기계 사업부분(산업기계 베어링, 정밀기계제품)입니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자동차사업의 매출 비중은 약 60%, 산업기계사업의 매출은 약 37% 수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사업은 다시 자동차 베어링과 자동차 부품으로 나뉘며, 산업기계 사업은 산업기계 베어링, 정밀기계 제품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업용기계베어링의 경우 지름 2mm의 초소형 베어링부터, 지름 6m의 초대형 베어링까지 폭 넓은 산업에서 20만가지가 넘는 베어링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표]와 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매출 약 10조원, 영업이익 약 8000억~1조원 하던 회사의 실적은 지난해 이후 급격히 악화돼 올해 3월 기준 매출은 약 7조8000억원, 영업이익 약 6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공작기계향 부품 및 베어링 판매가 부진했던 것입니다. NSK 뿐만 아니라 글로벌리 여타 다른 기계장비 등 경기민감업체의 작년, 올해 실적 하락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비단 NSK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NSK의 현재 주가를 바라보는 우려는 명확해 보입니다. 경기민감주로서의 경기에 따른 일시적 실적하락이 아닌 자동차 사업부분 전반에 대한 우려입니다. 현재 자동차 1대당 수백개의 베어링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세가 된 전기차의 경우 구동하는 모터의 원리상 모터의 회전수를 상황에 맞게 바꾸는 변속(변속기)이 아닌, 감속(감속기)을 통해 모터의 회전수를 필요한 수준으로 조절하게 됩니다. 따라서, 변속기 등 회전 축을 떠받치는 베어링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 눈에 뻔히 보인다는 것입니다. 최대 NSK 자동차사업부의 약 20~30%의 매출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올해 3월 결산 기준 매출 약 7000억~8000억원 수준입니다. 그러므로 NSK의 주가 퍼포먼스는 좋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 의견으로는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 쪽에서 베어링이 사용되는 부품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자동차 사업부의 실적이 과도하게 없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기우라는 것입니다. 향후 다양한 전기차 완성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요구되는 성능과 베어링의 내부설계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기존의 탑티어 베어링업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전기차용 초고속 모터 시스템과 함께 구동모터의 초고속화를 위한 베어링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산업용 모터 베어링, 생산로봇, 서비스용 로봇 등의 전방 확대로 신규수요 의 확대도 이루어질 것이란 것입니다.

이제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어링 시장은 경기에 민감하고, 과점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성숙한 시장으로 시장성장의 폭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5~2016년 시가총액 12조~13조원에 달했던 NSK의 현재 주가는 예상 배당수익률 2.5~3.0%. 장부가에도 못 미치는 PBR 0.7~0.8배 수준에서 거래 중입니다.그리고 2021년 3월 결산기준으로 실적 바닥을 확인한 NSK는 2022년부터 턴어라운드가 예상됩니다. 예전만큼의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자동차사업부문의 실적이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현재 주가 수준은 충분히 매력적인 구간일 수 있습니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한 저력 있는 회사의 대응을 지켜보고, 실적을 따라가며 관심있게 지켜본다면 투자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지민홍 신한금융투자 한남동PWM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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