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신변보호 가족 살해사건 송구…현실적 어려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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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폭증했지만 인력·조직 그대로"김창룡 경찰청장이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사건에 대해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정례간담회에서 "희생된 국민에 명복을 빌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피해자 가족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그는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게 경찰의 기본 사명인데,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국민께 걱정과 불안을 드린 점에 대해 항상 송구하다"며 "문제점을 보완해 아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사건 피의자 이모씨(26)는 지난 10일 전 여자친구 집을 찾아가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앞서 전 여자친구 A씨는 경찰에 폭행과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지만, 현행범 또는 긴급 체포 여건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경찰은 이씨를 귀가시켰다. 이후 경찰 후속 조사가 이뤄지기 전 이씨는 A씨의 집으로 가 흉기를 휘둘렀고, 피해 여성의 어머니가 숨지고 남동생이 중상을 입었다.김 청장은 신변보호 제도 관련한 예산과 인력, 법 제도가 미비해 효과적인 신변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신변보호와 관련해 스마트워치 지급, 112 시스템 등록, 주거지 등 정기적으로 순찰 강화 등 세 가지 수단을 활용한다면서 "경찰이 제공할 수 있는 신변보호 조치 수단과 방법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신변보호와 현실적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법률적 허점이 있고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이 있다"며 "24시간 경찰이 피해자를 동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현행법으로는 경찰이 가해자를 실효적으로 초기 조치하는 수단도 제한됐다. 경찰이 긴급응급조치를 하더라도 불응하면 과태료 처분밖에 할 수 없고 잠정조치 4호가 도입되도 강제 조치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범죄 신고가 하루평균 24건에서 105건 이상으로 4배 정도 폭증했다"며 "신변보호 요청건수도 지난해 1만4700건에서 올해는 2만건을 넘어 연말에는 최소 55%가 증가했다"며 "업무는 폭증하는데 똑같은 인력과 똑같은 조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 청장은 "직원들에게 철저하고 신속한 대응을 강조하고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반복하고 있지만 신변보호 조치가 실효적 이뤄지려면 제도적인 뒷받침과 예산·시스템 등이 동시에 검토되고 확충돼야 한다"고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