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일기'부터 현재까지…한국사진의 역사 총정리

사진기록 연구자 박주석 교수 신간 '한국사진사'

휴대전화 활용이 일상화하면서 누구나 사진을 간편하게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찍은 사진은 스스로 저장해 보관하거나 타인에게 쉽고 빠르게 보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민족이 사진을 처음 접한 때는 언제였을까?
우리나라 사람이 사진을 최초로 만난 건 1863년이었다.

이의익(李宜翼)을 정사(正使)로 하는 연행사절단이 중국 청나라의 수도였던 연경(燕京), 즉 지금의 베이징에 가서 처음으로 사진을 보고 찍었다. 촬영자는 현지 아라사관(러시아관)의 사진가였다.

이를 계기로 서양 언어인 '포토그라피'가 '사진(寫眞)'이라 불렸는데, 이는 카메라가 만든 이미지를 광화학적 방법으로 고정하는 기술을 뜻했다.

물론 '사진'이란 용어 자체는 그 이전에도 사용됐다고 한다.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인 박주석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진 도입에서부터 현대미술의 중심에 선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진의 역사를 총망라해 책으로 펴냈다.

신간 '한국사진사'는 수록 도판 300여 점, 원고 약 3천 장에 이를 만큼 방대한 분량이다.

그동안 우리 사진사를 조망한 대표 서적으로는 1998년에 출간된 한국사진사연구소의 '한국사진역사전'과 1999년에 나온 최인진(타계)의 '한국사진사 1631-1945'를 꼽을 수 있다. 박 교수는 한국 사진사를 통시적·공시적으로 정리한 최인진의 계보를 잇자는 취지에서 이번 책을 기획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료를 수집하고 사진이 가지는 미적·역사적·사회적 의미망을 다각도로 추적했다.

저자는 서론에서 "한국 작가들과 작품들에 관한 연구는 단순한 기술비평이나 인상비평, 미학적 비평에 머물지 않고 역사적 가치를 품은 역사성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한국사진사의 연구와 정립은 카메라의 원리가 처음 도입되고 연구되기 시작한 실학 시대부터 오늘날 현대인의 삶을 직간접으로 지배하는 우리나라 사진 영상 문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중요한 길목"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책은 모두 12개의 주제로 한국사진의 역사적 흐름을 추적해나간다.

제1장 '조선과 사진의 만남'은 1860년대 청나라 연경에서 서양의 신기술인 '포토그라피'를 접한 이항억의 일화를 '연행일기'와 연행사절단의 사진 자료로 보여주며, 3장 '사진의 도입과 수용'은 중국과 일본을 통해 사진술을 습득해 와서 우리나라 사진시대를 연 김용원, 지운영, 황철의 활동을 알아본다.

제5장 '천연당사진관과 사진과의 시대'에서는 황실 사진가이자 서화가인 해강 김규진이 설립한 천연당사진관과 당대의 한국인 사진관의 활동을 탐색한다.

7장 '예술사진의 유행-예술로 진화한 사진'은 사진이 예술의 장르로 자리 잡은 시기의 유행과 미학적 양식을 다루며 9장 '생활주의리얼리즘 사진의 등장과 전개'에선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주류가 된 '생활주의리얼리즘 사진'을 살핀다.

박 교수는 "한국사진은 21세기의 문턱에 들어서서 지난 세기의 어떤 시대에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디지털을 넘어 AI 시대의 환경 속에 한국사진은 서 있고, 미래의 문화를 주도할 책임이 주어졌다.

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학동네. 592쪽. 5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