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15대 종정에 성파 스님 "호국불교 정신으로 사회적 위기 헤쳐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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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최고지도자인 제15대 종정(宗正)에 통도사 방장 성파(性坡) 스님(82·사진)이 추대됐다. 성파 스님의 종정 임기는 지난 10년 동안 종단을 이끌어온 진제 종정에 이어 내년 3월 26일 시작된다. 성파 스님은 오랜 참선 수행으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활달하고 자유로운 가르침을 펴 교단 안팎의 존경과 신임을 받아왔다.
조계종은 13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정 추대 회의를 열어 성파 스님을 종정으로 추대했다. 성파 스님은 종정에 추대된 후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고불식(告佛式) 인사말에서 “사회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동체대비(同體大悲: 모든 존재를 한몸으로 여기는 자비심) 사상, 호국불교 사상을 유지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말로 많이 하는 것보다 말과 행을 같이하는 수행 중심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종정은 조계종의 행정 최고책임자인 총무원장과 달리 신성을 상징하고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 권위와 지위를 지닌 자리다. 실질적 행정 권한은 없지만 종단 스님들에게 계(戒)를 주는 전계대화상 위촉권과 스님에 대한 포상·사면권, 중앙종회 해산권도 갖고 있다. 새 종정의 임기는 내년 3월 26일부터 5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193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성파 스님은 월하 스님을 은사로 1960년 출가해 1980년대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교무부장과 통도사 주지를 지냈다. 2013년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추대됐으며 2014년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에 올랐다. 2018년부터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을 맡아왔다. 방장은 강원, 율원, 선원 등 종합 교육 기능을 갖춘 사찰인 총림의 최고지도자다.
성파 스님은 이판(理判·참선)과 사판(事判·행정)을 겸한 수행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국 여러 선원에서 참선 수행을 했을 뿐만 아니라 통도사 서운암을 중심으로 들꽃축제와 시화전을 열어 지역민을 초대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판은 진리를 탐구하는 선객(禪客)이고 사판은 집도 고치고, 행정도 하고, 절집 살림도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판과 사판을 모두 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스님의 신조다.조선시대 ‘승려 장인’의 전통을 되살리고 맥을 이은 활동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통도사 서운암(瑞雲庵)을 중심으로 된장 간장을 전통 방식으로 담가 보급했고 옻칠, 도자기, 한지 등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보존·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팔만대장경을 650t에 달하는 도자기 판으로 굽기도 했다. 나전기법과 옻칠을 이용해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와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7000년 전 선사시대 그림을 되살리는 등 세간의 상식과 시야를 뛰어넘는 예술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성파 스님은 “과거 전통 사찰은 건축, 미술, 공예의 산실이었다”며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사찰이 앞장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불교 신자와 일반 대중에겐 “각자의 현실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스님은 “새가 숲에 있을 때는 극락세계인 줄 모른다. 새장에 갇히면 비로소 ‘저 숲이 극락이구나’라고 깨닫는다”며 “우리가 사는 지금 이곳이 극락세계”라고 설파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조계종은 13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정 추대 회의를 열어 성파 스님을 종정으로 추대했다. 성파 스님은 종정에 추대된 후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고불식(告佛式) 인사말에서 “사회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동체대비(同體大悲: 모든 존재를 한몸으로 여기는 자비심) 사상, 호국불교 사상을 유지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말로 많이 하는 것보다 말과 행을 같이하는 수행 중심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종정은 조계종의 행정 최고책임자인 총무원장과 달리 신성을 상징하고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 권위와 지위를 지닌 자리다. 실질적 행정 권한은 없지만 종단 스님들에게 계(戒)를 주는 전계대화상 위촉권과 스님에 대한 포상·사면권, 중앙종회 해산권도 갖고 있다. 새 종정의 임기는 내년 3월 26일부터 5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193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성파 스님은 월하 스님을 은사로 1960년 출가해 1980년대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교무부장과 통도사 주지를 지냈다. 2013년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추대됐으며 2014년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에 올랐다. 2018년부터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을 맡아왔다. 방장은 강원, 율원, 선원 등 종합 교육 기능을 갖춘 사찰인 총림의 최고지도자다.
성파 스님은 이판(理判·참선)과 사판(事判·행정)을 겸한 수행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국 여러 선원에서 참선 수행을 했을 뿐만 아니라 통도사 서운암을 중심으로 들꽃축제와 시화전을 열어 지역민을 초대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판은 진리를 탐구하는 선객(禪客)이고 사판은 집도 고치고, 행정도 하고, 절집 살림도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판과 사판을 모두 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스님의 신조다.조선시대 ‘승려 장인’의 전통을 되살리고 맥을 이은 활동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통도사 서운암(瑞雲庵)을 중심으로 된장 간장을 전통 방식으로 담가 보급했고 옻칠, 도자기, 한지 등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보존·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팔만대장경을 650t에 달하는 도자기 판으로 굽기도 했다. 나전기법과 옻칠을 이용해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와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7000년 전 선사시대 그림을 되살리는 등 세간의 상식과 시야를 뛰어넘는 예술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성파 스님은 “과거 전통 사찰은 건축, 미술, 공예의 산실이었다”며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사찰이 앞장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불교 신자와 일반 대중에겐 “각자의 현실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스님은 “새가 숲에 있을 때는 극락세계인 줄 모른다. 새장에 갇히면 비로소 ‘저 숲이 극락이구나’라고 깨닫는다”며 “우리가 사는 지금 이곳이 극락세계”라고 설파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