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험지 누빈 이재명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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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박태준 등 산업화 업적 기리며 실용성 부각
전두환 발언·양도세 완화 등은 논란…사드 언급은 회피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3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진행한 나흘간의 대구·경북(TK) 순회방문 일정을 마쳤다.다섯 차례 진행된 주말 전국 순회 일정 가운데 나흘간의 일정이 잡힌 것은 광주 전남에 이어 두 번째다.
나머지는 모두 사흘 일정이었다.
민주당에는 가장 공략이 어려운 '험지'를 구석구석 오랫동안 누비며 보수 표심을 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 것이다.이 후보는 고향이 경북 안동이라는 점을 내세워 민주당 후보에 대한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데 주력했다.
부인 김혜경 씨도 상당수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부부가 함께 고향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듯한 이미지도 연출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일정을 마치는 소회를 밝히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녀 본 바닥 민심은 그와는 좀 달랐다"며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십사 하는 제 부탁에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저녁에는 페이스북에 늦은 밤 경북 봉화의 부모님 선영을 찾아 절을 하는 사진을 올리며 "추운 날씨였음에도 고향 분들이 열렬한 환영으로 언 몸을 녹여주셔서 저희 내외가 큰 용기를 얻었다"며 "오랜만에 들러도 따뜻하게 품어주시니 고향이 좋긴 좋다"고 적었다.이 후보는 TK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업적을 잇달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는 순회 일정의 마지막 순서로 포스텍을 방문해 박 전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박 전 명예회장의 동상에 헌화하며 그의 '제철보국', '교육보국' 철학을 기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헌화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허허벌판에 제철산업의 토대를 쌓아 올려 산업화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라며 "세계 경제의 대전환에 맞물려 대한민국 경제도 질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황무지 위에 철강산업을 일으킨 박 회장의 도전과 성공이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의 공적을 인정하면서, 대전환기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자신의 비전과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에는 추풍령휴게소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하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도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지역 민심과 주파수를 맞췄다.
자신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 관련 대표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에 견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진보와 보수를 흑백논리로 가를 것이 아니라, 공은 공대로 인정하고 본받을 점은 본받겠다는 '실용성'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언급했다가 당내에서까지 "불필요한 말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소상공인 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적극적인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오전 경북 성주의 민간 도서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자신의 지역화폐 정책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예산 확대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를 비판했다.
전날에는 정부 의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 아이디어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정부'만의 차별화된 정책을 펴겠다며 보수적인 유권자들에게 인물 경쟁력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TK 일정에서 여러 차례 "진영이나 편이 아니라 사람, 능력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양도세 완화 등에 대해서는 당내에도 이견이 있는 데다, 향후 당정 갈등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한편 이 후보는 반면 TK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는 '로키' 모드를 유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사드 배치 지역인 성주에서 지역화폐 관련 간담회와 참외 농가 방문 행사 등을 진행했고, 사드 반대 활동가가 갑자기 계란을 던지는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관련 언급은 피했다.
이후 기자들이 사드에 관한 의견을 묻자 "선택을 강요당하지 말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력한 국력 위에 정치 지도자의 용기와 소신, 의지가 중요하다"는 원칙론적 답변만 내놓았다.미·중 갈등 등 미묘한 국제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국내에서도 진영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인 만큼 민감한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회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전두환 발언·양도세 완화 등은 논란…사드 언급은 회피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3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진행한 나흘간의 대구·경북(TK) 순회방문 일정을 마쳤다.다섯 차례 진행된 주말 전국 순회 일정 가운데 나흘간의 일정이 잡힌 것은 광주 전남에 이어 두 번째다.
나머지는 모두 사흘 일정이었다.
민주당에는 가장 공략이 어려운 '험지'를 구석구석 오랫동안 누비며 보수 표심을 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 것이다.이 후보는 고향이 경북 안동이라는 점을 내세워 민주당 후보에 대한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데 주력했다.
부인 김혜경 씨도 상당수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부부가 함께 고향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듯한 이미지도 연출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일정을 마치는 소회를 밝히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녀 본 바닥 민심은 그와는 좀 달랐다"며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십사 하는 제 부탁에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저녁에는 페이스북에 늦은 밤 경북 봉화의 부모님 선영을 찾아 절을 하는 사진을 올리며 "추운 날씨였음에도 고향 분들이 열렬한 환영으로 언 몸을 녹여주셔서 저희 내외가 큰 용기를 얻었다"며 "오랜만에 들러도 따뜻하게 품어주시니 고향이 좋긴 좋다"고 적었다.이 후보는 TK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업적을 잇달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는 순회 일정의 마지막 순서로 포스텍을 방문해 박 전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박 전 명예회장의 동상에 헌화하며 그의 '제철보국', '교육보국' 철학을 기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헌화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허허벌판에 제철산업의 토대를 쌓아 올려 산업화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라며 "세계 경제의 대전환에 맞물려 대한민국 경제도 질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황무지 위에 철강산업을 일으킨 박 회장의 도전과 성공이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의 공적을 인정하면서, 대전환기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자신의 비전과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에는 추풍령휴게소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하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도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지역 민심과 주파수를 맞췄다.
자신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 관련 대표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에 견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진보와 보수를 흑백논리로 가를 것이 아니라, 공은 공대로 인정하고 본받을 점은 본받겠다는 '실용성'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언급했다가 당내에서까지 "불필요한 말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소상공인 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적극적인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오전 경북 성주의 민간 도서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자신의 지역화폐 정책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예산 확대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를 비판했다.
전날에는 정부 의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 아이디어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정부'만의 차별화된 정책을 펴겠다며 보수적인 유권자들에게 인물 경쟁력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TK 일정에서 여러 차례 "진영이나 편이 아니라 사람, 능력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양도세 완화 등에 대해서는 당내에도 이견이 있는 데다, 향후 당정 갈등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한편 이 후보는 반면 TK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는 '로키' 모드를 유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사드 배치 지역인 성주에서 지역화폐 관련 간담회와 참외 농가 방문 행사 등을 진행했고, 사드 반대 활동가가 갑자기 계란을 던지는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관련 언급은 피했다.
이후 기자들이 사드에 관한 의견을 묻자 "선택을 강요당하지 말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력한 국력 위에 정치 지도자의 용기와 소신, 의지가 중요하다"는 원칙론적 답변만 내놓았다.미·중 갈등 등 미묘한 국제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국내에서도 진영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인 만큼 민감한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회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