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무너지는 줄 알았다"…제주도로 신혼여행 간 부부 목격담

제주 서귀포 인근 규모 4.9 지진
역대 11번째 규모…인명피해 없어
기상청 "해일 일으킬 에너지 없다"

"주택 창문 깨져" 등 신고 잇따라
부산·광주서도 "진동 느꼈다"
14일 제주 서귀포시 서남쪽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열한 번째 규모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이날 오후 11시까지 신고되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19분14초께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다. 진원 깊이는 17㎞로 추정됐다. 지진 규모 4.9는 방 안의 물건들이 흔들리는 것을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지만 심각한 피해는 입히지 않는 수준이다.

여진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30분을 기준으로 총 9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규모는 1.6~1.7 수준이다. 유상진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장은 “수개월에서 1년까지도 여진이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며 “제주 주민 등은 여진에 주의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진해일을 일으킬 만한 에너지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당초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 지진 규모를 5.3으로 발표했다가 4.9로 하향 조정했다. 지진 발생 위치는 서귀포시 서남서쪽 32㎞ 해역에서 41㎞ 해역으로 수정했다.전국 소방서에는 지진 관련 신고가 잇따랐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제주에서 접수된 피해 신고는 3건이다. 아파트 베란다 타일이 벌어지고, 연립주택 창문이 깨졌다는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피해 신고 외 감지 신고 접수도 169건에 달했다. 제주가 110건으로 가장 많고 전남이 37건으로 뒤를 이었다. 그밖에도 대전 6건, 경기 남부 4건, 세종 3건, 서울·부산·광주 각 2건, 경기북부·충북·경남 각 1건씩 감지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 대부분은 ‘지진이 발생한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내용이었다. 사람이 다치거나 건물이 파손됐다는 신고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현지에 있는 시민들은 큰 불안을 느꼈다. 제주도로 신혼 여행을 간 홍모씨는 “창문이 덜덜 떨리는 것을 처음 봤다”며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고 밖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냉장고가 많이 흔들려 쓰러질까봐 조마조마했다”고 전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지진으로 제주도민이 큰 진동을 느꼈을 것”이라며 “지반이 연약한 곳은 피해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제주 앞바다 지진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열한 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규모가 가장 컸던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이다.

그다음은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다. 규모 4.9 지진은 2013년 5월 18일과 같은 해 4월 21일 각각 인천 백령도 앞바다와 전남 신안군 흑산면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있다.

이날 지진의 지역별 계기진도는 제주 5, 전남 3, 경남·광주·전북 등 2다. 계기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는 수준이다. 계기진도 4에서는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밤에는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린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