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만 호구 됐다"…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의 전말 (feat. 스톡옵션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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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 사태로 시끌하다. 지난 10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한 사건이다. 지난 11월 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지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증권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코스피 상장사 중 다수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보유 주식을 팔아치운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것도 카카오페이가 코스피 200 지수에 편입된 당일 이를 단체로 실행에 옮긴 것은 사전 계획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수십 조원에 달하는 우량 기업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상장 후 최단 시간 내 가장 많은 수의 경영진이 최대 규모의 주식을 매도한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거품론이 거세지면서 24만원 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4일 17만원 대로 주저앉았다. 경영진이 주식을 매도할 정도면 그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이기도 한 류영준 대표는 불과 한 달 전 기업설명회(IR) 당시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겠다"는 홍익인간 정신을 강조했던 터라 투자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컸다. 주식 게시판은 "개미만 호구가 됐다"는 성토로 들끓고 있다. 사실 '호구'가 된 것은 개미들 뿐만 아니다.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고 공모주를 받은 기관 투자가들도 뒤통수를 맞았다. 기관들은 공모 물량의 약 60%가 락업(의무보유확약)에 걸린 상태다. 우리 사주를 받은 카카오페이 임직원들도 보호예수기간인 1년 뒤 주식을 팔 수 있어 당장 차익 실현이 불가능하다. 주가가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경영진이 수십, 수백 억원을 챙기는 것을 본다면 일할 의욕이 생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은 주식을 팔기 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들은 왜 주식을 매각했던 것일까?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과 세금 문제가 얽혀있다. 경영진들이 부여받은 스톡옵션의 규모가 수백 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대였고 이들은 세금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이중 일부를 주식으로 바꿔 쪼개서 팔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단체 행동을 계획한 것은 혼자 하는 것보다는 다같이 '욕을 먹는 것'이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관계자는 "카카오가 아무리 자유분방한 조직이라도 해도 이번처럼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묵인할 리 없다"며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사전 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일탈이라기보다 그룹 차원에서 계획된 일이라는 얘기다. 경영진들에게 부여된 스톡옵션 물량은 류 대표가 71만2030주로 가장 많다. 주가 18만원 기준으로 약 1300억원 어치다. 류 대표 외에도 이진 사업총괄부사장(19만4235주),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18만7485주), 이지홍 브랜드총괄부사장(10만3450주), 전현성 경영지원실장(6만3030주),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8만1055주), 신원근 기업전략총괄최고책임자(8만1055주), 이승효 서비스 총괄부사장(6만2065주) 등이 수만 주 이상을 갖고 있다. 주가 18만원 기준으로 적게는 9억원에서 135억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들은 스톡옵션을 행사시 카카오페이 주식을 5000원에 받을 수 있다. 만약에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한다면 행사일 종가에서 취득가인 5000원을 뺀 다음 행사수량을 곱한 차익의 최대 45%를 소득세로 내야한다. 여기에 주식을 매도해서 차익을 실현하면 양도세도 내야 한다.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의 보유 주식은 10억원 이상으로 대주주 요건에 해당돼 양도차익의 33%가 양도세로 부과된다. 대주주 요건은 시가총액 기준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지분율을 1% 이상(코스닥 2%, 코넥스 4%)를 보유했을 때 적용된다. 그러나 이 요건이 적용되려면 주주명부폐쇄일인 올해 말(전년도) 기준으로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그 이전에 팔면 대주주 요건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사건의 발단으로 돌아가보자. 류 대표를 비롯한 8인의 경영진은 11월 24일 스톡옵션을 행사한다. 류 대표의 경우 이날 230만주(전체 스톡옵션 중 32.3%), 이진 사업총괄부사장(7만5193주, 38.7%),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3만5800주, 19%), 이지홍 브랜드총괄부사장(3만주, 29%) 신원근 기업전략총괄최고책임자(3만주, 37%),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3만주, 37%) 이승효 서비스 총괄부사장(5000주, 8%) 전현성 경영지원실장(5000주, 7.9%)를 행사했다. 이날 카카오페이의 종가는 18만3000원이었다. 류 대표는 5000원으로 18만3000원의 주식 230만주를 취득했기 때문에 소득세로 약 184억원이 부과된다. 나머지 경영진들도 적게는 3억~60억원을 내야한다. 이들은 12월 10일 20만4017원에 스톡옵션으로 행사한 주식을 모두 팔았다. 특정 증권사에 주식 매각을 맡겼는데, 이진 부사장(매도가 20만3704원)을 제외한 나머지 7인의 매각가가 같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을 디데이(D-day)로 정한 것은 코스피200 편입 첫날로 인덱스 펀드 등의 매집 수요가 늘어 대량 매도가 용이한데다 주가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은 또 금요일이어서 언론의 주목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은 스톡옵션을 행사 후 영업일 기준 12일 만에 주식을 매도해 적게는 2억원, 많게는 16억원의 양도세를 피할 수 있었다. 류 대표가 취득금액과 세금을 제외하고 얻게 된 금액은 27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시세차익이 460억원에 달한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가 세금으로 나간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수백억원의 보상을 받는 경영진들이 고작 수억원을 아끼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영진 외에도 카카오페이 직원들은 스톡옵션 외에도 행사가격(5268원)에서 현재 주가만큼 차액을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현금결제형 주식매수권을 8만6425주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경영진의 경우 2017년과 2018년 받은 현금결제형 주식매수권을 전부 주식결제형으로 전환했다고 해명했다.) 주식매수선택권은 행사 시 회사의 신주 혹은 자기주식을 교부 받는 주식결제형과 행사 시점의 주가와 행사가격의 차액을 지급하는 현금결제형으로 구분된다. 현금결제형의 경우 회사가 주식이 아니라 현금으로 보상해줘야하기 때문에 이를 한번에 행사할 경우 회사의 부채와 비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중대한 손실 및 현금 유출이 발행할 위험이 있다.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이 내년에도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주식 매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대주주가 아닌 모든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내년에 매도 물량이 몰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카카오페이는 기관들의 의무보유해제 물량이 풀리는 시기와 맞물려 주가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회사의 설립에 기여한 경영진에 대한 보상은 마땅히 주어져야 하지만 스톡옵션의 취지가 회사와 개인의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선 안된다"며 "경영진의 책임 경영을 강화할 수 있는 스톡옵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