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SH 아파트 원가 첫 공개…민간건설사로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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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4곳 분양원가 공개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택지조성원가를 포함한 분양 원가 71개 항목을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택지조성원가를 포함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이번이 전국 최초다. 택지조성원가를 부풀리는 일부 건설사의 관행에 경고장을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덕강일4 총분양원가 1765억
분양수익 980억…수익률 55%
"건설사 원가 부풀리기에 경고"
업계 "민간과 단순비교 곤란"
서울시와 SH공사는 강동구 고덕강일4단지(강동리버스트4단지)의 분양원가가 건설원가와 택지조성원가를 합해 1765억80만원으로 산정됐다고 15일 발표했다.
작년 8월 준공된 고덕강일4단지는 총 1239가구 규모로 이 중 642가구가 일반분양됐다. 당시 분양가는 전용 59㎡가 평균 4억6700만원이었다. 이 단지의 총 분양원가는 택지조성원가 691억880만원과 건설원가 1073억200만원을 합쳐 총 1765억80만원으로 산정됐다. ㎡당 택지조성원가는 271만7119원, 건설원가는 208만6640원이다. 분양수익으로 980억5300만원을 올려 원가 대비 수익률이 55%에 달한다.
이 같은 고수익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그린벨트, 농지 등을 매입해 공공택지를 개발하기 때문에 택지조성원가가 낮은 단지들이 있다”며 “분양수익을 얻어 임대주택 건설 등 시민 다수에게 환원하는 게 공사의 역할”이라고 했다. 분양가를 더 낮추면 수분양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적정한 이익을 내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덕강일4단지 분양수익은 임대주택 건설비(260억1100만원), 2019년 SH공사 임대주택 수선유지비(475억4500만원)와 다가구 임대주택 매입(244억9700만원) 등에 사용됐다.이날 고덕강일4단지를 시작으로 최근 10년 내 건설 단지 34곳의 분양원가를 내년까지 모두 공개한다. 사업 정산을 완료한 28개 단지(마곡지구, 내곡지구, 세곡2지구, 오금지구, 항동지구)는 내년 상반기, 준공과 정산을 앞두고 있는 5개 단지(마곡지구 9단지, 고덕강일지구 8단지·14단지, 위례신도시A1-5BL·A1-12BL)는 내년 하반기 공개할 계획이다.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은 △용지비 △용지부담금 △조성비 △기반시설설치비 △이주대책비 △직접인건비 △판매비 △일반관리비 △자본비용 등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택지조성원가와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서까지 공개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며 “풍선처럼 부풀려진 주택 분양가의 거품 제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아파트와 민간 아파트 원가를 단순 비교하는 곳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 건설사들이 짓는 단지들은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과 최첨단 시스템을 적용해 건축비가 올라간다”며 “택지조성원가 역시 단지 위치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구조”라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