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넘치는 유동성 공급에…금융사, 웃돈 주고 달러 산다

獨 국채 등 수익률 '마이너스'
年 0.05% 수익 '美 역RP' 투자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넘쳐나는 유동성이 미국 달러로 향하고 있다. 독일 국채 등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유로화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EU 금융회사들이 유로화를 미 달러로 바꿔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중에 유로화가 넘치고 있다. 하지만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다. EU 회원국들이 찍어낸 국채 단기물 가운데 상당수의 수익률이 마이너스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 국채 2년물은 이날 기준 수익률이 연 -0.692% 수준이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투자자는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된다.결국 EU 금융회사들은 프리미엄까지 지불하며 과도하게 보유 중인 유로화를 ‘처리’하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팩트셋에 따르면 유로화·달러 3개월 통화 간 베이시스 스와프 스프레드는 이날 -0.1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스프레드가 마이너스면 유로화를 달러로 바꾸기 위해 웃돈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EU 금융회사들은 이렇게 확보한 달러를 가지고 연 0.05%의 수익률을 주는 투자처로 향하고 있다. 바로 미국의 역(逆)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이다. 역RP 계약 만기일에 은행들은 채권을 미 중앙은행(Fed)에 되팔면서 연 0.05%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

유동성이 넘쳐 흐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 0.05%라는 초저금리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EU 금융사들에는 나쁘지 않은 수익률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미국에서도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이 역RP 시장으로 몰려든 데 이어 EU까지 가세하면서 미국의 역RP 시장 규모는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하루 유입액 기준으로 1조60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시장에서는 EU 유동성이 미국으로 대이동하는 현상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달러 강세, 유로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예측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