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도 서러운데…재택치료는 보험금도 못 받는답니다"

재택치료자 입원 보험금 미지급 논란
'경증' 생활치료센터 입소 환자 보험금 지급

금융위, 지급 불가 원칙에 추가 검토 의견 제시
시민 거부감 확대 우려에…중대본, 적극 조치 입장
8일 서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자택에서 재택치료 중인 시민이 구청에서 배달한 재택치료 환자용 건강관리세트를 집으로 들이고 있다. 사진=뉴스1
아픈 몸 이끌고 혼자 밥 해 먹고 집 소독하는 것도 서러운데, 보험금도 못 받는다니 정말 화가 납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기본 치료방침을 '재택치료'로 전환한 가운데 재택치료자들이 입원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데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비슷한 중증도의 경증 환자가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입원 일수에 따른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달 초 재택치료자의 입원 보험금 미지급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 추가 검토에 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해법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현행 법령 체계상 재택치료자에게 입원 보험금 지급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는 만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서다. 연일 신규 확진자 수 7000명대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사태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입원 보험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재택치료 확대 정책에 대한 시민 거부감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재택치료자의 입원 보험금 미지급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 검토 의견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제출했다. 사실상 현행 법령 체계상 재택치료자에게 입원 보험금을 지급할 방안이 없다는 게 골자다. 보험 표준약관(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상 입원 필요성이 있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입실해 6시간 이상 체류하면서 의사의 관찰 및 관리하에 치료를 받는 경우 질병 입원 일당이 지급된다고 규정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재택치료자에 대한 입원 보험금 지급을 허용한다는 해석을 내린다면 스스로 법령을 부정하는 일이 되는 셈이다.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약관을 위배할 경우 기초 서류 미준수로 인한 보험업법 위반은 물론 배임 위험성까지 거론될 수 있어서다. 이에 금융위는 중대본에 보험업권이 재택치료자에 대한 입원 보험금 지급을 검토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예외적 사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추가 전달한 상태다.

현재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와 재택치료자 간 중증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데,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체계를 세워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입원 요인이 있음에도 병상 부족 문제로 재택치료가 불가피한 경우, 이를 증명할 절차를 구축하는 안도 검토 의견에 담겼다. 보험 표준약관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입원 보험금 지급 허용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넓히기 위한 방안으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 체계에서는 재택치료자에 대한 입원 보험금 지급 불가가 원칙이며, 코로나19 사태라는 예외적 상황에 대한 입원 보험금 지급 기준을 우선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검토 의견을 보건당국에 전달한 상태"라며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의 주체인 만큼, 강제가 아닌 문제 개선을 위한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차원의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8일 중랑구 서울의료원 재택치료관리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재택 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 모니터링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만 중대본이 금융위의 검토 의견에 따라 예외적 사례에 대한 일련의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재택치료자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해소할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체계 개선에 상장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기준이 확립되더라도 보험업권의 자발적 동의가 수반돼야 해서다.

앞서 생활지원센터 입소자에 대한 입원 보험금 지급이 허용된 것 또한 보험업권이 내부 논의를 거쳐 의료기관의 의미를 넓게 해석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그러나 재택치료자의 경우 의료기관에 입실했다고 볼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사의 관찰 및 관리가 적용됐다고 해석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보험업계 관계자는 "생활지원센터 입소와 달리 재택치료의 경우 장소와 치료 여부에 대한 해석의 여지도 제한됐는데, 재택치료의 경우 입원 보험금 지급에 대한 근거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라며 "보험 표준약관에 따른 합당한 조치인 만큼 정부가 강제하더라도 지급 결정이 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명확한 해법 없이 형평성 논란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재택치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병상 부족 사태에 따른 의료 붕괴가 우려됨에 따라 모든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재택치료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그간 입원 요인이 없는 70대 미만의 무증상·경증 확진자 중 재택치료에 동의한 환자에게만 재택치료를 시행해왔는데, 재택치료 자체를 원칙으로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진 탓에 재택치료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기인 만큼, 방역당국도 재택치료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중대본 관계자는 "문제 해결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으로부터 재택치료자에 대한 입원 보험금 미지급 문제 개선 방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듣고, 보험업계와 협의를 거치기 위한 준비 작업 중"이라며 "예외적 사례에 대한 기준 마련을 포함한 문제 해결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 중이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유의미한 협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