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업기회 제공", SK "위법 아냐" 충돌…최태원 직접소명(종합2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결과는 다음주 발표 예정
최 회장,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 출석…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49분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공정위 청사에 도착했다.

남색 정장에 남색 넥타이 차림을 한 최 회장은 오른손에 서류 봉투 하나를 쥔 채 청사 안으로 들어왔다.

다소 긴장한 표정을 보인 최 회장은 '총수 본인이 직접 소명하러 온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말했을 뿐 답을 아꼈다. '사익 편취나 부당 지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이냐', '앞으로 위법이라고 판단 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답변하지는 않았다.

곧장 안내데스크로 이동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손목 체온측정을 한 뒤 방문증을 받아 목에 걸고 4층 심판정으로 이동했다.

대기업 총수가 입장을 밝히기 위해 공정위 심판정에 직접 출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이날 공정위 청사 1층 출입구에는 포토라인이 마련됐고, 최 회장의 출석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 50여명이 몰려들었다.
SK 실트론 사건의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이 LG실트론(현재 SK실트론) 지분 29.4%를 사들인 과정의 위법성 여부다.

2017년 1월 SK는 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천138원에 인수한 후 그해 4월 잔여 지분 49% 중 19.6%를 주당 1만2천871원에 추가로 확보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SK가 실트론 지분 51%를 취득한 후 경영권 프리미엄이 빠진 잔여 지분을 30%가량 싸게 살 수 있었음에도 19.6%만 가져가면서 최 회장에게 지분 취득 기회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통해 동일인(총수)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실트론 지분 가치가 올라갈 것을 회사와 최 회장이 미리 파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사회를 여는 등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점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SK는 당시 최 회장의 지분 인수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산업 전망이 장밋빛이었다면 LG와 채권단이 왜 실트론을 매각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SK㈜가 주총 특별결의요건을 갖춘 70.6%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추가 지분 취득이 불필요했고, 이를 아껴 2017년 7월 글로벌 물류회사 ERS 지분 인수와 이듬해 SK바이오팜 유상증자 투자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창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원회의 심의는 심사관의 심사보고, 피심인(기업)의 의견진술, 심사관의 의견진술, 위원들의 질문 및 사실관계 확인, 심사관의 조치 의견 발표, 피심인의 최후진술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공정위 심사관과 최 회장을 비롯한 SK 측이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을 것으로 보인다.

심의가 종료되면 위원들만 비공개로 모여 위법 여부, 조치 내용 등 의결 내용을 합의한다.

전원회의에는 9명의 위원 중 4명이 제척·기피 사유로 빠지면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만 참석했다.

최소 의결 정족수가 5명이기 때문에 5명의 위원 중 단 한 명이라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통상 심의 당일 의결 내용을 합의하지만, 위원 간 의견이 엇갈리거나 시간이 부족할 경우 별도 기일을 정해 합의를 이어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합의 결과는 일주일 뒤 발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