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대표 암호화폐 시세 지수화…'KOVAX15' 내년 1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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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웨이브릿지 MOU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15개 주요 암호화폐의 시세 변동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수가 나온다. 국내 4대 거래소의 가격을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가상자산 종합지수가 나옴에 따라 미국과 유럽처럼 국내에서도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담아
암호화폐 시장 움직임 한눈에
국내 비트코인 ETF 디딤돌로
"가상자산 금융상품 시간 문제
공신력 있는 지수가 필수 요소"
○4대 거래소 가격 모두 반영
한국경제신문사와 핀테크 기업 웨이브릿지는 15일 가상자산 종합지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매매되는 15개 암호화폐 가격 변동을 지수화한 ‘KEDI-웨이브릿지 한국 가상자산 지수 15(KOVAX15·가칭)’를 내년 1월 중순부터 발표할 예정이다. KEDI는 Korea Economic Daily Index의 약자로 한국경제신문의 지수 브랜드다. KOVAX15는 Korea Virtual Assets Index 15의 줄임말이다.15개 종목은 시가총액을 기초로 거래 안정성 등을 감안해 선정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코인 솔라나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한국 시장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국내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지수운영위원회를 통해 편입·편출 작업을 거쳐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구성 종목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기존에도 거래소 운영사 등이 만든 가상자산 지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 지수들은 자사 거래소 가격만을 기준으로 해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KOVAX15는 국내 4대 거래소 가격을 모두 반영해 암호화폐 시장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국내 가상자산 대표 지수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경과 지수를 공동 개발하는 웨이브릿지는 해외에서 이미 가상자산 종합지수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지난 8월에는 독일 지수 사업자인 MVIS와 공동으로 ‘비트코인 플러스 모멘텀 알트코인 지수’를, 10월에는 스웨덴 지수 사업자인 빈터와 손잡고 ‘비트코인 커버드콜 지수’를 개발했다. 두 지수는 블룸버그와 로이터 단말기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해외에선 ‘비트코인 ETF’ 속속 출시
암호화폐의 내재적 가치를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팽팽하지만, 이와 별개로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상품과 접목하려는 ‘실험’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ETF 등에 투자된 금액만 약 60조원에 이른다.미국에서는 10월부터 프로셰어즈, 발키리, 반에크 등이 내놓은 비트코인 선물 ETF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얻어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들 상품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한다. 캐나다, 독일, 스웨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기반의 ETF 출시를 준비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직접 가상자산을 사들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소방관 구호·퇴직급여 펀드는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2500만달러(약 29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경찰퇴직기금과 공무원퇴직기금은 2년 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이 나오지 않았다. 상품 출시를 위한 제도가 정비되지 않았고, 금융당국도 부정적이다. 하지만 해외 연기금까지 직접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시대가 온 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이 출시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인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주식시장처럼 다양한 지수와 투자상품이 등장할 것”이라며 “공신력 있는 가상자산 지수는 암호화폐 기반 금융상품을 설계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했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통 있는 금융회사들도 가상자산 전담 조직을 잇달아 꾸리고 있다”며 “이 시장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태훈/임현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