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은 다르나 했는데"…거리두기 유턴에 자영업자 폭발

연말 모임 취소에 시민도 불만
자영업자 단체 총궐기 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사실상 중단하고 강력한 방역 조치를 적용하기로 하자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탄식을 쏟아냈다.방역 강화 조치로는 현재 6명인 수도권의 사적모임 허용인원을 4명으로 줄이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밤 12시 또는 밤 10시(강화시 오후 9시) 등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선 오후 6시 이후 2명 모임만 가능한 초강력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와 17일 발표될 최종 결론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동재(30)씨는 15일 "사실상 연말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박씨는 "밤 9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을 때는 하루 손님이 많아야 3∼4팀에 그칠 정도로 없었고, 모이지를 못하니 배달이나 포장 주문도 크게 줄었었다"며 "손실보상도 얼마나 해주려나 싶다"고 했다.

마포구 용강동의 고깃집 사장 최모(55)씨도 이날 점심시간을 앞두고 '사적모임 축소·영업시간 제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심각한 표정으로 시청하고 있었다.

최씨는 "강화 조처가 발표되면 당연히 6명 단위 연말 모임이나 회식이 다 취소될 것 아니겠나"며 "작년 연말도 힘겹게 넘겼는데 올해는 더 심각한 것 같다.아르바이트생들 월급도 챙겨줘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종로구의 한 고깃집도 점심시간이지만 25개 테이블에 손님은 갈비탕을 주문한 2명만 앉아 있었다.

사장 김환옥(56)씨는 방역 강화 조처가 "아무리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분노했다.그는 "식당은 12월 연말이 가장 중요하다.

서너달 파는 양을 한 달간 팔기 때문"이라며 "작년도, 올해도 연말 장사 다 망치게 생겼다.

6명 있던 직원 중 4명을 잘랐는데 엊그제 가게도 내놨다"며 가슴을 쳤다.
연말 모임을 계획한 시민들도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영등포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윤모(35)씨는 "거리두기 강화가 지금 예고된 대로 이뤄진다면 취소해야 할 약속이 10개가 넘는다"며 "확산세를 막긴 막아야 하겠지만 이렇게 틀어막는 방식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자영업자 단체는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조치 검토 발표 직후 강력히 반발하며 총궐기를 예고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역패스 적용·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자대위는 "코로나19 이후 2년이 흐르는 동안 정부는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 충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라며 "정부와 방역당국의 무책임이 또다시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겨지고 있다.

방역 협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조지현 자대위 공동대표는 "자영업자들이 더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니 또 습관처럼 자영업자만 규제하려고 한다"며 집회와 함께 차량 시위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대상 청소년과 학부모를 만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자리에서는 학부모 단체가 '청소년 백신 반대' 집회를 열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은 '코로나19 백신 청소년 접종 관련 학생·학부모 간담회'가 열리는 성동광진교육지원청 앞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지 말고 학습권과 생명권을 보장하라"며 "백신 접종에 따른 사망 등 피해를 전부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은 방역패스 의무화 첫날인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연달아 벌어졌던 접종증명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먹통' 사태는 재현되지 않았다.(임성호 홍규빈 윤우성 조다운 이승연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