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위구르 강제 노역 無" 주장 유튜버, 알고보니 中 당국 '뒷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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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장 목화밭 방문한 유튜버중국의 실상을 전한다면서 친화적인 콘텐츠를 선보였던 유튜버들 일부가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아 해당 콘텐츠를 제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내 유쾌한 생활 전하던 유튜버도…
중국 당국, 이미지 관리 위해 인플루언서 지원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베이징이 인플루언서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타이틀로 중국 당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이미지 관리를 위해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을 지원하며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 6명은 유튜브에서 1억3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와 11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특히 문제가 된 콘텐츠 중에는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이유로 지목된 신장 지역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전 세계 젊은이 그룹"을 표방하며 중국 내 인기 주제를 소개한다는 콘셉트로 25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유튜브 채널 '와이차이나'(Ychina)를 운영하는 이스라엘 출신 라즈 갈오르는 지난 4월 신장 위구르 목화밭을 방문해 "이곳의 풍경은 너무나 평범하다"고 말했다.
또 현지인들과 케밥을 먹으며 "사람들은 친절하고, 자기 일을 하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신장 지역에는 이슬람교도 수용소 인권 문제, 이들을 보도하는 언론 탄압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상이 공개되기 직전 목화 강제 노역에 대한 보고서가 공개된 후, 나이키, H&M 등 글로벌 브랜드가 우려 표명이 있었다.
해당 영상은 중국 대사관을 비롯해 각종 중국 언론사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에 공유됐다. 최소 25개 이상 공식 계정에 공유됐고, 이들의 구독자 수를 합산하면 4억 명에 달한다.
뉴욕타임스는 "라즈 갈오르의 회사 와이차이나의 회장은 중국 당국이 운영하는 중국국가개발은행(China Development Bank) 지원을 받는 그의 아버지 아미르"라고 지적하했다. 하지만 라즈 갈오르는 "중국 당국의 비즈니스 지원을 받은 적이 없고, 신장에서도 돈을 지불하거나 인도한 공식 기관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신장 지역에서 촬영한 콘텐츠에 대해 "사람들의 삶, 웰빙, 꿈에 관한 것"이라며 "이를 정치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몇몇 유튜버들은 당국의 재정 지원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중국 거주 캐나다인 카크 아페슬랜드는 자신의 채널 '그웨일로60'(Gweilo60)에서 신장 지역에서 일어나는 인권 탄압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신의 행복한 경험을 공유하며 "중국은 재교육 수용소에서 그들의 미래 직업과 기술, 물건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과 함께 중국 곳곳을 여행하고 맛집을 방문하는 콘셉트의 유튜브 채널 '바렛'(Barrett)을 운영하고 있는 리 바렛은 "(당국이) 여행비, 숙박비, 음식비를 지불하지만 우리가 어떤식으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바렛 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32만 명, 중국의 소셜 플랫폼 더우인(틱톡)은 40만 명, 빌리빌리는 35만 명 등이 있다.
여행 유튜버 갈랫은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정치적인 발언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전 중국 닝보에 거주했던 갈랫은 "최악의 발병에서 벗어난 후 지방 정부, 국영 언론으로부터 여행 초청창을 받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왔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중국 IT기업 화웨이에 대한 서방의 태도와 관련한 토론을 주최하기도 했다"며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 드라마틱하고 공격적인 감정을 갖고 싶어했는데, 그런 (정치적인) 콘텐츠가 일반적인 여행 동영상보다 인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후 갈랫의 채널은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지만, 그가 중국을 떠난 후 조회수는 급감했다. 갈랫은 "앞으로 정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그런 말을 하는 자리가 편하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리는 외국인 유튜버들은 직접적인 금전적 보상 외에도 구독자 수와 트래픽 증가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며 "이 모든 것이 전 세계에 친중 메시지를 전파 하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라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