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봉사하려 다시 학생으로"…파일럿 된 폴 김 스탠퍼드 교수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 에세이 '다시 배우다' 출간

"쉰 살이 넘었는데 과연 도전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죠. 더 나은 교육자가 되려면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
폴 김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16일 연합뉴스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쓴 '다시 배우다'(한빛비즈)는 파일럿 도전기를 다룬 에세이다. 그는 2018년 경비행기 조종 과정인 '부시 파일럿'(bush pilot) 과정에 입문해 2020년 4월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보이는 곳뿐 아니라 구름 속을 뚫고 갈 때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비행기를 몰 수 있어야 했다. 게다가 시력도 좋지 않았다.

낙방도 여러 번 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2005년 봉사차 멕시코에 방문했을 때 열악한 환경에 충격을 받았다.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는 것도 가치 있지만 교육 봉사를 다니는 것이 더욱 가치가 크다고 생각했다.

이후 르완다, 부룬디, 탄자니아,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페루, 인도, 인도네시아, 팔레스타인 등 20개국을 넘게 찾아다니며 봉사 활동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일부 국가는 활주로 등 착륙 시설이 열악했다.

오지에 가려면 활주로가 작아도 되는 경비행기가 필요했다.

"내가 파일럿이 되어서 오지에 가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시 파일럿에 도전하게 됐죠."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다.

비행기에 올라타는 첫날부터 두려웠다.

"다리에 힘이 빠져 걷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고개를 내저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건 그의 인생에서 늘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중고를 한국에서 나왔다.

공부도 별로 안 한 상태로 미국에 갔기에 일단 영어부터 안 됐다.

미국 학생들이 1시간 보면 될 책을 10시간을 봐야 했다.

오로지 엉덩이의 힘으로 버텨냈다.

그렇게 오랜 고투 끝에 1996년 피닉스대학교에서 최고기술경영자 자리에 올랐고, 2001년에는 스탠퍼드대로 부임해 현재까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무수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열정을 가지고 집중하다 보면 목표로 한 일을 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저는 불량품(Lemon)이었어요.

어렸을 때는 공부를 못했죠. 하위 1%였던 적도 있어요.

집에는 찢어진 책들만 있었죠. 앞부분이 없는 책을 읽을 때는 도입부를 상상했고, 뒷부분이 찢어진 책을 읽을 때는 결말을 상상했죠. 그런 훈련을 하면서 상상력이 커졌던 것 같아요.

"
그는 불량품을 의미하는 레몬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열정을 가지고, 꿈을 향해 나아가면 흙수저도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기쁨을 느끼는지. 그리고 나의 한계는 무엇인지. 이건 아니다 싶을 때 다시 시작하려면 남들에게 '노'(NO) 라고 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