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리 코다 "US오픈 커트 탈락에 정신이 번쩍 들었죠"

세계랭킹 1위…한국경제신문과 이메일 단독 인터뷰

메이저 대회 등 4승·도쿄올림픽 金 최고의 한해 보내
라이벌 고진영 "티부터 그린까지 완벽한 선수"
한화큐셀과 2017년부터 인연…올초 2년 연장 계약
"한국은 잊지못할 추억 많아…꼭 다시 방문하고파"
넬리 코다가 지난 6월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한화큐셀골프단 제공
2021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독점구도가 깨진 해다. 그 중심에는 넬리 코다(23·미국)가 있다. 지난 3월 게인브리지 LPGA 우승을 발판삼아 세계랭킹 3위로 뛰어오르며 고진영(26)·김세영(28)·박인비(33) 삼두체제에 균열을 냈고, 메이저 대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며 기어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에게 빼앗겼던 LPGA 투어의 주도권을 스테이시 루이스(36) 이후 12년만에 미국으로 다시 가져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코다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굉장한 한해였다. 이번 시즌 내 플레이에 만족한다"고 올 시즌을 평가했다. 올 하반기 고진영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올해의 선수상, 다승왕 타이틀은 뺏겼지만 세계랭킹 1위는 끝까지 지켜냈다. 그는 "세계 1위 타이틀은 오랜 시간 동안 훌륭한 플레이를 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기에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루이스와 같은 훌륭한 미국 선수들과 내 이름이 함께 언급되는 것도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17년 LPGA 투어에 데뷔해 매해 1승씩 올렸던 코다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언니 제시카(28)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코다는 올 상반기에만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비롯해 3승을 올리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올해를 최고의 시즌으로 만든 터닝포인트를 지난 6월 US여자오픈으로 꼽았다. 당시 상금랭킹과 평균타수에서 각각 3위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2라운드까지 11오버파를 치고 탈락했다. "중요한 대회에서 커트 탈락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 충격으로 제 플레이를 돌아보고 재정비하게 됐죠."
넬리코다가 지난 6월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 샷을 하고 있다. 한화큐셀골프단 제공
코다의 절치부심은 곧바로 결과로 이어졌다. 직후 열린 마이어LPGA클래식과 KPMG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까지 밀고 올라갔다. 그는 이 때를 "도쿄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올해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라고 꼽았다.

8월까지 독주를 이어간 코다는 하반기 고진영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이들의 라이벌전은 LPGA투어가 꼽은 올해 최고의 뉴스이기도 하다. 코다는 고진영에 대해 "약점 없이 모든 플레이를 잘하는 훌륭한 선수"라며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티에서 그린까지 일관성있는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오랜기간 동안 놀라운 플레이를 해온 고진영과 함께 경쟁하고 경기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코다 역시 비거리부터 아이언샷, 퍼팅까지 모든 샷이 완벽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큰 실수를 한 뒤에도 이내 회복하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 11월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7번 홀에서 4온 3퍼트로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위기에 빠졌지만 다음 홀에서 곧바로 버디를 잡아냈고 연장전에서 끝내 우승하며 세계 1위의 저력을 과시했다. "저 역시 큰 실수를 하면 감정이 폭발해요. 그래도 그 다음샷으로 감정이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죠. 제가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이면 캐디가 평소의 루틴을 유지하고 다음 샷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국 기업 한화큐셀 모자를 쓰고 필드를 누비는 코다는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코다가 한화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17년. LPGA 투어에 갓 데뷔한 그에게 한화큐셀이 손을 내밀었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를 발굴해 함께 성장한다'는 골프단 운영철학에 딱 맞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2019년까지 한화가 주최하는 한화클래식에 참가하며 여러번 한국을 찾았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떡볶이와 불고기를 들 정도로 한식 마니아이기도 하다.

올 초 한화와 2년 연장 계약을 맺으며 의리를 지키기도 했다. 그는 "한화큐셀의 후원을 받을 기회가 생겼을 때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바로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며 "좋은 회사였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한화큐셀골프단에 속해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13년 US여자오픈에 출전한 넬리코다(오른쪽)과 캐디로 함께한 아버지 페트르. 이들은 오는 19일 열리는 PNC챔피언십에 동반 출전한다. 한화큐셀골프단 제공
코다 집안은 '스포츠 로열 패밀리'다. 언니 제시카는 LPGA 투어 통산 6승 선수이고 동생 세바스찬은 올해 윔블던 4차전에 출전해 세계랭킹 50위 안에 든 테니스 선수다. 아버지 페트르는 1988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한 테니스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 레지나는 체코 테니스 국가대표로 1988 서울 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다.

코다는 "우리 가족은 스포츠가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알기에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된다고 한다. "서로의 경기력이나 시합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아요. 가족으로서 최대한 서로 응원해주고 격려하죠. 선수 생활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화려했던 올해, 마무리는 아버지와 함께다. 코다는 오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GC에서 열리는 PNC챔피언십에 아버지 페트르와 출전한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는 아버지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최대한 즐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PNC챔피언십이 끝나면 내년 시즌을 위한 연습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상의 자리에서 시작하게 될 내년 시즌에 대해 "부상없이 건강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매해 목표다. 성적에 대한 목표는 개인적으로만 간직하는 편"이라며 "한국을 방문했던 시간은 잊지못할 추억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 꼭 한국팬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