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섬으로 빛의 계곡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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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전체가 예술 공간 - 여수 장도전남 여수는 남도에서 가장 각광받는 여행지입니다. 바다 위를 건너는 해상케이블카, 일출이 매력적인 향일암, 전라좌수영의 본영인 진남관 등 어디를 둘러봐도 절경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여수는 섬의 매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오동도, 금오도, 거문도, 안도 등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317개의 섬을 품고 있죠. 그중에서도 웅천 친수공원이 코앞에 떠 있는 작은 섬 장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을 이루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낭만적인 바다와 예술이 공존하는 여수의 작은 섬 장도를 찾아 마음의 위안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섬 곳곳에 배치된 작품들
걷기만해도 미술관 관람한 듯
평화로운 다도해 전경은 덤
GS칼텍스가 지은 예울마루
여수밤바다 밝히는 명소로
GS칼텍스 만나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
장도는 섬이 길게 놓여 있다고 해서 ‘진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래는 무인도였지만 1930년 초 정채민 씨 일가가 입도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큰 섬에 비하면 손바닥만 한 섬이지만 주민은 이 작은 섬에서 농사짓고 소라, 꼬막, 바지락 같은 갯것을 잡아 아이들을 키웠다.소박하던 섬마을이 ‘예술의 섬’으로 거듭난 건 여수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기업인 GS칼텍스가 2012년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망마산과 장도를 연계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를 지으면서부터다. 예울마루는 ‘문화예술이 마치 너울(큰 파도)처럼 넘치고 전통가옥의 마루처럼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여수시가 장도를 매입하고 GS칼텍스가 섬 전체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뒤 일반에 무료로 공개했다.
장도에 들어가려면 예나 지금이나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물길처럼 완만하게 휘어진 형태의 진섬다리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진섬다리는 썰물 때 바닷길이 드러나야 건너갈 수 있는 다리다. 장도가 예술의 섬으로 조성되면서 진섬다리도 예전보다 세련되고 양옆에 가드레일까지 생겼지만, 여전히 하루 두 번은 다리가 바다에 잠긴다. 다리가 물에 잠기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섬을 건너지 못하는 순간 장도가 섬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육지에서 직선거리로 300m 떨어진 곳인데도 바닷길을 건너 섬으로 들어가면 마치 오랜 시간 배를 타고 바닷길을 달려온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예술의 섬이라는 별칭처럼 장도 곳곳에는 예술 작품이 많다. 산뜻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해도 잘 꾸며진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온 기분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넉넉한 바다 풍경에 예술은 덤
장도 관람로는 모두 3개 코스로 나뉜다. 길이에 따라 ‘빠른 코스’ ‘보통 코스’ ‘여유로운 코스’로 구분하고 있지만 해안선 길이가 1.85㎞인 작은 섬이어서 코스를 구분한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 30분 정도면 전체 구간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대표 코스를 꼽으라면 보통 코스가 좋다. 창작 스튜디오가 있는 서쪽 해안로를 지나 우물쉼터까지 이동한 뒤 전망대와 장도전시관, 잔디광장 등 대표 경관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장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입주 작가를 위한 숙소 건물과 창작 스튜디오다. 예술의 섬으로 조성하기 이전에 있던 다섯 개의 집터에 창작 스튜디오 4채와 안내센터, 작가들의 커뮤니티룸 등을 갖춘 메인 건물 1개 동을 지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에게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창작 스튜디오 앞 방파제에는 정박 중인 배들이 있어 어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창작 스튜디오를 지나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오르면 노출 콘크리트와 푸른 유리로 된 장도전시관이 나온다. 시기마다 다른 전시가 개최되는 전시실과 아트 카페, 교육실, 사무실 등의 공간으로 채워졌다. 기획 전시의 경우 소액의 입장료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공짜로 특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북쪽 출입구로 나가면 다도해 정원과 맞닿아 있다. 남해안의 자생 나무와 야생화 등 계절에 맞는 꽃을 심어 두었는데 지금은 애기동백이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둘레길을 따라 솔숲을 통과하면 장도의 숨은 명소인 전망대에서 다도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섬들이 마치 보석처럼 흩어져 있고 바다 위를 오가는 고깃배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시름과 근심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Tip 장도 가기 전에 꼭 확인하세요
진섬다리는 자동차 등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시간을 잘 맞추면 다리가 바다에 잠기기 전에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특별한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진섬다리가 물에 잠기면 장도에 들어갈 수 없으니 입장할 수 있는 시간을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동절기(12~2월) 개방시간은 오전 7시~오후 10시, 하절기(3~11월)엔 오전 6시~오후 10시다. 장도의 전체 통행로가 깔끔히 포장돼 있어 보행 약자도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장도전시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운영하지 않는다.
여수=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