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이' 국내 상륙…고급향수 꽂힌 패션업계

프랑스 향수 편집숍 '조보이'
이달부터 LF몰에서 판매
"국내서 못보던 특이한 향 많아"
내년초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

'자신만의 향' 찾는 2030 늘어
현대百·신세계도 명품 향수 확대
“오미크론 때문에 시향도 못 하는데 30만원대 향수를 덥석덥석 사갑니다.”(A백화점 향수MD)

한 병에 30만~4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향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나만의 향’을 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향수 시장의 신흥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업계는 앞다퉈 ‘향수존’을 구성하고 고급 향수 모시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30만원대 고급 향수를 경험한 소비자는 겐조, 버버리와 같은 10만원대 향수로 돌아가지 않는 만큼 고급 향수 시장 규모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F, 고급 향수 시장 가세

1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는 프랑스 고급 향수 편집숍인 ‘조보이’(사진)를 국내에 들여온다. 2016년 ‘불리1803’ 이후 국내에 들여오는 두 번째 향수 브랜드다. 내년 2월 온라인 채널인 LF몰에서 조보이 향수를 판매한 뒤 내년 초에는 오프라인 편집숍을 열 예정이다. LF관계자는 “샤넬, 디올과 같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향수가 아니라 장인이 만들어 마니아에게만 알려진 향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편집숍”이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개성이 넘치는 향수가 많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보이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 관광지로 불리는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있는 향수 멀티숍이다. 매장에서는 100여 개가 넘는 향수 브랜드에 2500개의 향수를 판매하고 있어 파리를 방문하는 향수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꼭 들리는 성지로 꼽힌다. LF는 지난 9월 롤렉스와 파텍필립 등 명품시계 편집숍인 ‘라움워치’ 문을 연 데 이어 고급 향수 편집숍을 앞세워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2012년 한 병에 20만원이 넘는 조말론 향수가 국내 소비자에게 주목받자 국내 패션기업이 본격적으로 고가 향수 수입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3월 30만원대 톰브라운 향수를 앞세워 향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5년 산타마리아노벨라, 2017년 딥디크를 비롯해 바이레도, 에르메스 등 국내에 희소한 향수를 들여왔다.

고급 향수를 구매하려는 10~20대 소비자도 늘고 있다. 29만 명이 가입한 향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고급 향수를 사고 싶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나만의 개성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향수와 패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성별과 관계없는 젠더리스 향수가 나오면서 남성 소비자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백화점에서도 고가 향수 모시기

국내 고급 향수 시장은 지난 3~4년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고급 향수 시장은 2016년 4650억원에서 올해 625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백화점에서도 고급 향수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화장품 매장을 줄이고 대신 고급 향수 매장을 늘리고 있다.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압구정 본점 지하 2층에 바이레도·딥디크 등의 고가 향수 브랜드를 한데 모은 ‘향수 편집숍’을 내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고급 향수 매장 수를 매년 20~30% 이상씩 확대했다”며 “전국에 60여 개 향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지난 7월 새롭게 단장하면서 구찌와 에르메스, 크리드 등 고급 향수 매장을 확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월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 총 10개의 브랜드, 90평 규모의 고급 향수 존을 선보였다. 관련 매장 면적을 2배 가량 늘렸으며 신규 브랜드도 7개 선보였다.

유통업계에서는 명품 핸드백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명품을 소유하는 ‘스몰 럭셔리’ 현상과 맞물리면서 고급 향수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유행한 버버리와 같은 대중적인 향수로는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해외 브랜드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면서 보다 특이한 향을 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