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에 아들에…대선판 흔드는 여야 후보 '가족 리스크'(종합)

尹배우자 허위이력 논란 속 이재명 아들 도박 의혹 돌출
'내로남불' 지적…2030 청년민심 영향 촉각

여야 후보의 '가족 리스크'가 대선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16일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아들의 도박 의혹까지 불거졌다.

양측은 모두 사과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동시에 상대측 가족 논란에 대해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이 후보 측은 즉각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신속한 수습에 집중한 반면, 윤 후보 측은 몸은 낮추되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다. '공정함'을 요구하는 2030 청년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예측불허다.
이날 조선일보는 이 후보 장남 동호(29)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2019년 1월부터 2010년 7월 사이에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 200여개를 근거로 불법 도박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오전 8시 51분 입장문을 내고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도 인정했다.

오전 9시 30분께 당사에서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에는 다시 한번 직접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이어진 인터넷 언론사와의 합동 인터뷰에서는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호씨도 오후 실명으로 입장문을 내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처 입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당사자로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역시 김건희씨의 신상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초빙 지원서에 기재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이력이 허위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씨가 YTN 취재진에게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다.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정제되지 못한 해명을 내놨다가 되레 논란을 키웠다.

결국 김씨는 전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들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끼실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씨가 입을 열면서 윤 후보가 정치 행보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김씨의 신상 의혹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과거 유흥업소에서 접대부로 일했다는 소위 '쥴리 의혹'부터 일각의 '성형 지적'까지 입길에 올랐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김씨는 최근 26분간 통화에서 "쥴리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나가면 (남편인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힘에) 피해가 되지 않을까, 나가야 하는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후보 가족 리스크가 불거지는 상황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2030세대 청년층의 민심과도 직결될 수 있어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보도된 동호씨의 게시글 중에는 손쉽게 '인턴을 때려치우겠다'고 하거나 스스로 '도박꾼'으로 칭하는 등 청년층의 정서를 건드릴 만한 소재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동호씨가 적은 각종 댓글 가운데 여성 비하적이거나 음담패설 성격의 표현들이 있다는 점도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이대녀' 표심이 최대 약점인 이 후보로서는 의혹이 확산될수록 타격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김씨의 이력서 조작 의혹은 뼈아픈 대목이다.

윤 후보가 총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표창장 위조·입시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만큼 '내로남불'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김씨 의혹에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 14∼15일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격차가 좁혀지거나, 이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는 결과가 이날 잇달아 나오기도 했다.
양측의 대응은 다소 차이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세 차례나 직접 사과했고, 동호씨도 실명 입장문을 발표하며 의혹이 제기된 사실관계를 즉각 시인했다.

선대위 차원에서도 동호씨의 도박 시기, 각종 댓글의 게시 여부 등을 확인하고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신속한 대응으로 역풍을 차단하는 동시에 김씨 의혹을 여전히 감싸는 윤 후보의 모습과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철저하게 사실에 맞춰 책임지고 사과한 것"이라며 "영향은 김씨 사안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오섭 선대위 대변인은 윤 후보 부부를 겨냥해 "가정법 해명, 조건부 변명은 반성도 없고 진심도 없는 '기획 사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후보는 원론적으로는 몸을 낮추면서도 김씨와 관련한 사실관계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윤 후보는 이날 "저나 제 처는 국민께서 기대하는 눈높이에 미흡한 점에 대해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민주당 주장 대부분은 저희가 전체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걸 쭉 설명해왔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김씨 논란을 키워 결국 윤 후보에 흠집을 내려는 여권의 정치 공세에 휩쓸려 '백기 투항'부터 하고 보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재직증명서를 발급하고 그런 내용 전체가 '무조건 가짜'라고 얘기하기에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많이 있다"며 이미 공소 시효가 끝나서 형사 처벌이나 수사의 대상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에 대해서는 "김씨의 부주의한 이력서 기재와는 차원이 다른, 현재 진행되고 있던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