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9000만원 연장했더니 이자가"…'영끌' 직장인들 비명

"마통 연장했다가 이자 폭탄"
내년 6%대 전망까지 나왔다

마이너스통장 금리 4%대로 크게 뛰어
신용대출 금리도 이미 5% 이상
美 금리인상 시사로 시중금리 오르는 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인 김모씨는 A은행에서 9000만원 한도로 마이너스 통장을 최근 연장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동안 금리 2.36%로 쓰던 대출이 연장되면서 4.39%로 확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상환 요청없이 한도 그대로 연장돼 다행"이라면서도 "예상보다 금리 상승 폭이 커서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9000만원을 전액 사용중인 김 씨는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이자부담이 212만원 정도에서 395만원 정도로 183만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최근 마이너스 통장을 만기연장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대출금리가 대폭 오르면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4%대를 훌쩍 넘기면서 내년부터 신용대출 금리는 최고 6%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3번의 금리 인상을 시사한 데다,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는 지난 8일 기준으로 3.96~5.23%다. 8월 기준 마이너스통장 최고금리가 4%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금리 상단을 기준으로 약 1%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이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5%를 뛰어넘었다. 이들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으로 3.06~5.49%(신용도 1등급 기준)으로 분포돼 있다.

실제로 신용대출을 연장한 경우에도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뛴 사례도 나온다. 직장인 강 모씨는 "신용대출이 이번달 만기라 연장하려고 앱으로 확인해봤더니 2.56%였던 금리가 4.36%로 올랐다"며 "오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아서 조만간 영업점을 방문해 상담을 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한 모씨도 "3년전에 받았던 신용대출 몇 개를 최근 연장했는데 금리가 3%초반에서 6~7%대까지 올랐다"며 "신용점수는 900점대로 여전한데, 아무리 기준금리가 올랐다고 해도 너무 오른 것 같다"며 토로했다. 이어 "15년 넘게 신용대출을 쓰고 있는데, 연장하면서 금리가 2배가 뛴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은행에선 정부 방침으로 우대금리 적용을 못하고 있다고 있다는 설명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출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내년엔 신용대출 금리가 6%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내년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시중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무보증·AAA 기준) 금리는 지난 6일 기준 1.554%(민평 평균)으로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보통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Fed는 3번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한국은행도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금리 정상화를 늦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며 "경기흐름,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기조는 바뀐 게 없다"고 밝혔다.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도 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내년 1월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 대출자들도 대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억원 이상을 받는 신규 대출자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적용된다. DSR은 개인의 모든 금융사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이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가계부채 총량 관리도 적용되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며 "DSR도 적용돼 신규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여건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