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헝다 건설근로자 밀린 임금 지급 최우선"

중국 당국이 공식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채무·구조조정에 개입하고 나선 가운데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체불 임금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당국이 사회적 동요 위험 차단을 요구함에 따라 헝다가 농민공과 협력업체에 빚을 갚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당국이 내년 2월 1일 시작하는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헝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농민공들이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촌 출신 도시 이주 노동자인 농민공들은 가족을 고향에 두고 외지에 나와 일하다가 일 년에 한 번 춘제 때만 고향에 가 가족들과 재회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헝다가 직접 고용한 직원은 16만3천여명이며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이들은 훨씬 많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은행, 채권 보유인, 주주보다 중국 당국이 우선으로 여기는 이들이 먼저 채무를 변제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국이) 헝다에 내린 지시는 정부가 이 회사의 의사결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관측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근로자들 외에도 아파트 인도를 기다리는 150만명의 수분양자들의 이익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헝다의 채무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이 주택 수분양자, 건설 현장 노동자, 헝다 투자상품 개인 투자자 등 자국 내 다수의 일반 피해자 구제를 가장 우선으로 여기면서 해외 채권 보유자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헝다의 총부채는 약 2조 위안(370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중국 내 채무이며 달러채 규모는 192억 달러(약 22조7천억원)로 전체 채무의 10분에 1에 미치지 못한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지난 9일 공개 포럼에서 "헝다 위험 문제는 시장 사건으로서 시장화, 법치화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돼야 한다"며 "채권 보유인과 주주의 권익은 법정 변제 순서에 따라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헝다는 지난 6일까지 반드시 지급했어야 할 달러 채권 이자 8천250만 달러(약 977억원)를 내지 못했고 결국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헝다를 '제한적 디폴트'로 강등하면서 헝다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