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塗炭之苦 (도탄지고)

▶ 한자풀이
塗 : 진흙 도
炭 : 숯불 탄
之 : 어조사 지
苦 : 괴로울 고

진흙 수렁에 빠지고 숯불에 타는 듯한 고통
학정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가리킴 - 《서경(書經)》하(夏)나라 걸왕(桀王)은 미녀 말희에게 빠져 주지육림(酒池肉林) 속에서 학정을 일삼다가 상(商)의 탕왕(湯王)에게 망했다. 탕왕은 상을 세운 후 무력 혁명으로 왕위를 얻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나는 후세 사람들이 내가 한 행동에 대해 구실을 삼을 것이 두렵다”고 했다. 그러자 왕을 모시고 있던 중훼가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백성을 내신 것은 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것으로, 임금이 없으면 곧 어지러워지나이다. 오직 하늘이 총명함을 내시어 그로써 다스리게 하신 것입니다. 하나라가 있었으나 덕이 부족해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므로(有夏昏德 民墜塗炭) 하늘이 곧 왕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시어 만방에 올바름을 나타내게 하고, 우왕 때의 아름다운 관습을 복구하게 하셨으니, 그 떳떳함을 따르시고 하늘이 시키는 바를 따르셔야 하나이다.”

이는 이른바 천명사상(天命思想)으로, 백성들을 괴로움에서 구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한 것은 정당하며, 모름지기 임금은 하늘을 대신해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에게서도 천명사상이 엿보인다. 여기서 유래한 도탄지고(塗炭之苦)는 ‘진흙에 빠지고 숯불에 타는 듯한 고생’이라는 뜻으로, 생활이 몹시 곤궁하거나 비참한 처지를 일컫는 말이다. 이 고사는 《서경(書經)》의 상서(尙書) 중훼지고(仲之誥)를 비롯해 여러 문헌에 나온다.

작가/시인
도탄지고에 관련된 또 다른 고사도 있다. 남북조시대 전진(前秦)은 후연(後燕)과 후진(後秦)의 공격을 받아 수도 장안을 점령당하고, 국왕 부견은 오장산으로 퇴각했다가 후진의 군사에게 사로잡혀 죽었다. 업에 가 있던 부견의 아들 부비는 유주자사 왕영 등의 도움으로 진양(晉陽)에서 즉위하고, 격문을 돌려 후진과 후연을 응징할 군사를 불러모았다. 그 격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선황(先皇)은 적에게 사로잡혀 죽고, 도성은 곤궁하여 도적의 소굴이 되었으며, 국가도 황폐하여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있다.” 이처럼 도탄지고는 천명사상을 내세워 정권을 무너뜨리려 할 때마다 자주 쓰이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