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유니콘의 해…컬리·쏘카 1월 예심청구

내년 3~4월중 증시 데뷔

쏘카, 국내 카셰어링 선두 업체
5년 만에 연매출 6배로 증가

마켓컬리, '새벽배송 원조' 플랫폼
공모 실탄 컬리페이 등 투자 계획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와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가 내년 초 상장 절차에 돌입한다.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 시장에 등판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유니콘의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 사례여서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유니콘들의 장외 몸값이 증시에서 제대로 인정받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도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쏘카와 컬리는 다음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예비심사에 영업일 기준 45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3~4월 상장이 가능하다. 내년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등 대기업들의 상장이 마무리되고 2분기에는 유니콘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을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토종 앱스토어인 원스토어, 종합콘텐츠 플랫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상장도 추진될 예정이다.
내년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이 쏟아지는 이유는 거래소가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매출이 1000억원을 넘거나 세전이익이 50억원 이상이어야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올 초 뉴욕증시에 상장한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시가총액이 100조원까지 치솟자 유망 기업을 국내 증시로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거래소는 지난 4월 심사 기준을 개편해 시가총액이 1조원만 넘으면 실적과 상관없이 코스피에 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적자 기업도 성장성이 있다면 상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심사 때 과거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겠다는 것”이라며 “쏘카와 컬리가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유가증권시장에 처음 입성하는 유니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011년 설립된 쏘카는 국내 카셰어링(차량 공유) 선두 업체다. 직원 5명, 차량 20대로 시작해 10년 만인 올해 운영차량을 1만8000대로 확대했다. 공유경제 개념을 모빌리티 산업에 도입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가입자 수는 700만 명에 이른다. 매출은 2015년 486억원에서 지난해 2637억원으로 5년 만에 6배로 증가했다. 올 3분기엔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 ‘일레클’과 ‘모두의주차장’을 운영하는 ‘모두컴퍼니’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공모자금으로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처럼 다양한 이동수단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분야의 ‘슈퍼앱’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컬리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 김슬아 대표가 2014년 설립한 신선식품 배송업체다. 밤 11시에 주문하면 다음달 아침 7시 이전에 배송하는 샛별배송 서비스로 성공을 거뒀다. 창립 당시 매출은 29억원에서 지난해 9530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적자폭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영업손실은 337억원이었으나 2019년 910억원, 지난해 1163억원으로 불어났다. 누적 적자는 2700억원에 달한다. 컬리는 공모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오픈마켓 서비스와 자체 간편결제시스템 컬리페이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IB업계는 쏘카와 컬리의 기업가치를 각각 2조원, 4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쏘카는 2019년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인해 타격을 입으면서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이, 컬리는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다는 점이 상장 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