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의 신세계 '미니 전략실' 만들고 독자경영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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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부문 전략기능 강화
측근 기용하며 사장급 격상
임원도 1명에서 7명으로
M&A 등 미래사업 밑그림
독자 플랫폼 띄우나
"이마트와 협업만으론 한계"
온라인 전략 '새판짜기' 가능성
전략 기능 대폭 강화…미래사업 준비
신세계는 지난 10월 임원 인사에서 백화점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사장 자리에 정 총괄사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선임했다. 사장급 조직으로 위상을 올린 데 이어 파격적인 후속 인사도 최근 단행했다. 삼성전자 등에서 경력을 쌓은 2명을 임원으로 영입했다. 각각 M&A와 디지털에 전문성을 갖춘 40대 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괄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미래 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쓱닷컴 강화,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을 위해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데 비해 백화점 쪽은 ‘전 지역 1위 점포’ 외에 눈에 띄는 전략이나 사업이 부족한 편”이라며 “M&A와 디지털을 키워드 삼아 새로운 사업전략을 마련하려는 게 정 총괄사장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와는 ‘따로 또 같이’
㈜신세계가 신사업 발굴에 나서지 않았던 건 아니다. 지난해 7월 벤처캐피털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했고, 앞서 4월엔 콘텐츠 제작 및 미디어커머스 사업을 위해 마인드마크라는 계열사도 신설했다.하지만 수백억원이 들어간 주요 신규 투자는 대부분 이마트와의 협업 측면에서 진행됐다. 올해 단행한 CJ그룹 및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 W컨셉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명품 플랫폼을 만들거나 CJ대한통운과 물류회사를 신설하는 등 ㈜신세계 차원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논의만 하고 대부분 종결됐다”며 “별도 법인인 이마트와는 물론이고 타사와의 협업으로는 빠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게 독자경영 강화의 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정 총괄사장은 독자적인 온라인 플랫폼 전략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쓱닷컴에 백화점의 특화 콘텐츠인 명품, 패션, 뷰티를 공급하는 것 외에 독자적인 플랫폼을 출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쓱닷컴 상장이 성공한 이후 겸업 금지 조항이 풀리는 시기를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26.9%)는 이마트(50.1%)와 함께 쓱닷컴의 주요 주주다. 쓱닷컴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신세계백화점이 별도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에 이어 정 총괄사장도 사실상 독립 경영에 나서면서 이명희 회장 관할에 있는 그룹전략실 기능은 조정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초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씩을 각각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두 기업의 최대주주 지위를 자녀들에게 넘겨줬다. 정 부회장은 일찌감치 소(小)전략실을 가동해왔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비롯해 미국 유통망 확장, 대체육 등 신규 사업 투자 등이 정 부회장의 미래 구상 아래 진행 중이다. 이마트 부문 전략실장은 강희석 대표다. 이마트와 쓱닷컴 대표를 겸직한 데다 이베이코리아와의 PMI(인수 후 합병)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