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와중에 기재부·산업부는 왜 싸우고 있나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몇몇 안건을 놓고 벌이는 마찰이 외부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기재부가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확대방침을 발표하자 곧바로 산업부가 무역보험공사 기능이 약화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수은은 기재부 산하기관이고, 무보는 산업부 소관 공기업이다. 정권 말 나라 안팎 경제여건이 살얼음판인데, 정부 경제팀장 부처와 통상·자원까지 아우르는 산업담당 부처가 벌이는 볼썽사나운 갈등이다.

두 부처 대립은 이것만이 아니다. 대표적 공공요금인 전기·가스료 인상 문제로도 충돌하고 있다. 산업부는 발전 공기업의 커지는 적자를 보며 요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에 놀란 기재부는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부처 주장과 입장에는 각각 타당성도 있고 논리의 장단점도 있어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다고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다툼이 외부에서도 보인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외채무보증 문제에서 두 부처는 산하기관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해 부처 이기주의나 밥그릇 싸움으로도 비친다. 다수 국민이나 수출 기업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정도 아니다.양대 경제부처의 옥신각신하는 업무 다툼은 ‘이래도 저래도 공무원은 무척이나 한가한가 보다’는 인상을 주기에 알맞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고조되는 인플레이션은 실제 상황으로 다가오며 서민경제를 위협한다. 글로벌 공급망 이상 등으로 인한 국내외 산업·통상 난맥상은 어떻게 비화될지 예측도 어렵다. 전문가들도, 현장 기업들도 2주 뒤 새해 전망조차 못할 정도다.

산업부는 특히 ‘제2 요소수 대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비상근무라도 해야 할 판이다. 툭하면 여당 강경파의 선거논리에 휘둘리는 기재부도 정신 차려야 한다. 마구잡이 퍼주기에 맞서 나라곳간을 지키며 거시정책 안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적 중립이 의무이자 권리인 직업 관료가 표 계산이 먼저인 정치권에 쥐어박히는 게 기재부만의 딱한 모습도 아니라는 게 문제다.

여차하다가 몇 달 뒤엔 두 부처 공히 간판이 내려질지도 모를 정치격변기다. 안 그래도 ‘선출 권력’을 곡해하는 ‘어공’(어쩌다 된 공무원)들이 국가안정의 주요 축이 돼야 할 ‘늘공’(직업 공무원)을 멋대로 부리려 든다. 공직이 자긍심과 의무감도 없이 눈앞의 부처 이익이나 좇으면 국민과 기업만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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