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양반이었네…LG화학 매수한 개미들 '피눈물'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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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스러운 '쪼개기 상장'
17일 LG화학은 1.13% 내린 69만7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연초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33% 넘게 빠졌습니다. 물적분할로 떼어낸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이 다가오면서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물적분할 특징은 기존 주주에게 신설 법인 주식을 나눠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LG화학 주주는 LG에너지솔루션을 한 주도 받지 못합니다. 최근 배터리 자회사를 물적분할로 떼어낸 SK이노베이션의 주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증권업계는 물적분할을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신설 자회사가 상장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으면 모회사 주가도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 가치를 논하는 것이 타당한지 주주들은 반문합니다.
물적분할의 핵심은 회사를 키워온 기존 주주들이 철저히 소외된다는 것입니다. 몸값이 최대 100조원으로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에 나서면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주가 움직임에 따른 수익률을 계산기로 두드리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받는 방법을 찾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들은 우리사주 대박을 기대하며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회사의 주인인 LG화학 주주들은 나날이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서 불안과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LG화학 주주는 “배터리 회사라는 믿음을 가지고 투자했는데, 손에 쥐어진 것은 껍데기 화학 주식”이라고 했습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자회사가 상장하면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이탈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전기차 펀드들은 LG화학을 팔고 순수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금 이탈은 유망한 업종에 있을수록 규모가 커집니다. 자금이 들어오는 대로 기계적으로 주식을 살고파는 ETF 특성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서 전세계에 수백개의 배터리 관련 ETF가 생겨났습니다.이들 ETF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관계없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식을 편입해왔습니다. 비싼 가격에도 기계적으로 매수했다는 얘기입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배터리 프리미엄이 사리지는 순간 주가는 급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 기업의 사례는 최근 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상장한 다임러와 대비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지난 2월 핵심 자회사인 트럭사업부 분할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10일 신설 법인을 독일 증시에 상장했습니다.다임러 주가는 지난 17일까지 44% 상승했습니다. 분할을 선언한 지난 2월부터 계산한 수치입니다. 다임러트럭 주가도 상장 이틀 만에 17.7% 급등했습니다. 국내 업체들과 달리 다임러는 기존 주주에게 신설 법인 주식을 지급했습니다.
다임러 주주들은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모회사 지분율에 따라 받았습니다. 나머지 35%는 다임러가 가져갔습니다. 당연히 분할 안건도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지난 10월 주주총회에서 다임러트럭 분할 안건은 찬성률이 99%를 넘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소식과 개미들 이야기를 다룬 <불개미 구조대>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